日기업 대신 韓재단이 강제징용 배상…‘반쪽해법’ 논란

입력 2023-03-06 13:51 수정 2023-03-06 13:59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설명이지만,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배상이 빠졌다는 점에서 ‘반쪽해법’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피해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 9건을 비롯해 국내 법원에서 다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원 마련은 포스코를 비롯해 16개가량의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또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발표의 취지와 관련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간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가 없는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피해자 의견 수렴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성실히 또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