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람(스페인)이 어부지리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람은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한 람은 이번 시즌 들어 최악인 공동 39위의 성적표를 받아 쥔 채 대회를 마쳤다. 람이 이번 시즌 ‘톱10’에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날 7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자리했을 때만 해도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서 3승을 거둔 람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 3라운드서 나란히 4오버파로 부진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그리고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넘본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협공을 받았다. 만약 이들 중에서 우승자가 나왔더라면 람은 다시 2인자로 내려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람을 구한 것은 무명이나 다름없는 커트 기타야마(미국)였다. 그는 마지막날 9번홀(파4) 트리플보기 악재를 극복하고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PGA투어 50경기 출전만에 맛보는 생애 첫 승이다.
기타야마는 셰플러, 매킬로이 등과 16번홀까지 공동 선두였으나 17번 홀(파3)에서 4m 버디를 잡아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4m짜리 먼 거리 퍼트를 파로 막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기타야마는 PGA 2부 투어와 아시안투어를 전전하다 유럽을 거쳐 작년에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리고 지난해 더CJ컵 준우승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PGA투어에서 통산 427만8000달러의 상금을 획득하고 있던 기타야마는 이번 우승으로 360만 달러(46억6000만원)의 거금을 손에 넣었다. 거기다가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등 메이저대회 출전권도 보너스로 챙겼다.
역전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셰플러와 매킬로이는 각각 공동 4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와 공동 2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셰플러는 8번홀(파4) 더블보기, 매킬로이는 이날 2타를 줄이긴 했으나 1번(파4), 2번홀(파3)과 14번(파3), 15번홀(파4)에서 범한 두 차례의 연속 보기에 발목이 붙들렸다.
해리스 잉글리시(미국)가 매킬로이와 공동 2위, 패트릭 캔틀레이, 조던 스피스, 티럴 해턴(영국)이 셰플러와 같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25·CJ대한통운)가 공동 21위(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주형(21·나이키)은 공동 34위(이븐파 288타), 김시우(28·CJ대한통운)와 김성현(25·신한금융그룹)은 공동 39위(1오버파 289타), 이경훈(32·CJ대한통운)은 공동 53위(2오버파 290타)에 그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