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붙인 80대 여성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6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분신해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입원 치료 중이던 김모(83·여)씨가 지난 2일 숨졌다.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김씨는 해당 오피스텔에서 약 15년간 함께 살았던 90대 할아버지가 지난해 4월 사망한 뒤 주거 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김씨가 거주하던 오피스텔은 먼저 숨진 동거인의 가족 소유였다.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망’은 그의 궁박한 처지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이 오피스텔의 관리비를 체납했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아파트,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김씨의 관리비 체납 사실이 관련 기관에 전달되지 못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단전·단수, 건강보험료 체납(3개월 이상),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 등 39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김씨는 고위험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중앙위기 발굴대상’ 명단은 물론 위기 정보가 하나라도 해당하면 등록되는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에도 빠져 있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비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민간에서 가져오지만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 연립주택의 관리비 정보를 통합하는 시스템은 없다”며 “관리비 체납 사실만으로 위기가구라고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기초생활수급 신청 상담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려면 집주인에게 사용대차확인서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이후 추가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어르신께서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에서 내려보내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아 주민센터에서도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부 복지망 허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매뉴얼에 얽매여 형식적으로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관리할 게 아니라 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복지 사각지대 대책에도 발굴시스템 연계 정보 확대는 물론 ‘명예 사회복지공무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민간 인적안전망을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앞으로도 이를 활용해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