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을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의 영구 제명 청원이 제기되자 비명(비이재명)계 당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 및 출당을 요구하는 청원으로 맞불을 놨다.
5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 ‘이재명 당 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이틀 만인 이날까지 3000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토건 토착비리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의 가치와 정의를 훼손하고 당을 분열로 이끈 장본인이기에 권리당원으로서 청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소수의 개딸이나 이재명 사당이 아니다”라며 “합리적이고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공당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민주당은 제가 지키고 노력했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팬덤 정치로 잘못된 방향으로 당의 앞날이 좌우되고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사당화로 변질되고 있는 작금의 민주당은 합리적 목소리가 함께하는 공당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 사퇴 청원의 종료기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국민응답센터에서 권리당원 2만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은 당 지도부에 보고된다. 또 30일 이내에 권리당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당 차원에서 답변해야 한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의 영구 제명 청원 동의 인원은 당 답변 기준인 5만명을 넘어 6만명도 돌파했다. 해당 청원을 제기한 청원인은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놓고 이재명 대표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미국으로 냅다 도망쳤다”며 “그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은 검사 독재 국가가 됐다. 그가 검사들에게 민주당의 문을 활짝 열어주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 안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생을 방치하고 야당 말살에 몰두하는 정권을 견제할 동력은 약해진다”며 “이럴 때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내부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지지율 하락세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2월 28일∼3월 2일, 성인남녀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집계됐다.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6월 말(28%)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대표 취임 이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 주축 모임인 ‘민주당의 길’이 오는 7일 예정된 정기 토론회에서 어떤 주제를 논의할지 이목이 쏠린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간신히 부결된 ‘이재명 체포동의안 사태’ 여파로 다음 날 예정됐던 만찬 모임을 취소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