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포기 마세요” 학폭 피해자였던 서울대생의 편지

자신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고 고백한 서울대 학생이 다른 학폭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오늘 지금 이 순간도 잠 못 이루고 있을, 아픔을 가진 피해자들이 위로받길 바란다”고 적었다.

서울대 사범대학 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자필 편지를 올렸다. 에브리타임은 익명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학생증 등으로 학교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A씨는 자필 편지를 통해 “저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사건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는 가해자들의 괴롭힘, 방관하는 또래들의 무시, 네가 문제라는 담임 교사의 조롱으로 매일 살기 싫다는 생각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적었다.

이어 “학교는 지옥이었고, 부모님조차 저의 정서적 환경보다는 학업 성적에 관심을 두셨기에 집조차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어느 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학교 밖으로 뛰어나가 한참을 울었다. 울어도 현실이 그대로일 것을 알기에 더 서러웠던 것 같다”며 “며칠 뒤 학교에 가니 제 생기부에는 무단 결과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몇 마디 훈계만 들은 것이 고작이었다. 그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고 적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도 언급됐다. A씨는 “한 가해자가 이런 말을 했다더라. ‘걔 자살했으면 학교 문 닫았을 텐데 아깝다’ 지금도 잘살고 있는 정모씨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죠”라고 적었다.

사범대학 학생인 A씨는 학교폭력이 없는 환경에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A씨는 “가해자가 발도 못 들일 교실, 피해자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교실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상처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아픔이 길겠지만 영원하진 않으니 삶을 포기하지 말라”며 “당신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의기소침하지도 말라”고 전했다. 이어 “폭력에 무너지지 않고 그 다리를 건너온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당신을 언제나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A씨의 자필 편지에 다른 대학생들도 연대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 네티즌은 “저도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사범대 재학생으로서 피해자분들을 응원한다.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남겼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