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허리띠 꽉 졸라맨다… 제2 본사 공사 중단

입력 2023-03-05 17:43
아마존 페이스북 캡처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과감한 비용 절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제2 본사 공사를 중단하고 주요 대도시에서 운영해 온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도 일부 폐쇄키로 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아마존의 음성 AI 서비스 ‘알렉사’도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쇼틀러 아마존 부동산 담당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멧 파크가 1만4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으므로 펜플레이스 기공식은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공식 변경은 공사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뜻이다. 멧 파크와 펜플레이스는 아마존이 버지니아주 북부 알링턴 인근 내셔널 랜딩에 추진한 제2 본사의 각각 1단계, 2단계 사업이다.

아마존은 본사가 있는 시애틀과 뉴욕 등지에서 운영해 온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 8곳도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2018년 처음 아마존 고를 선보인 뒤 미국 전역에서 20곳을 운영해왔다. 문을 닫는 아마존 고는 시애틀과 뉴욕 각 2곳,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4곳이다.

아마존은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고강도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읽힌다. 아마존은 지난 1월 업계 최대인 1만8000명을 해고했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도 구조조정을 했다. 아마존의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보다 9% 줄어든 데 이어 4분기에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아마존이 1만명 이상의 직원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공을 들여온 알렉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렉사 역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감원 작업이 이뤄졌다고 4일 전했다.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가 알렉사의 수익 기여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 대규모 인원 감축을 지시했다. 알렉사는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의장인 제프 베조스가 직접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해 투자를 이어온 서비스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돌풍 속에서 알렉사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3000억개 이상의 자료를 학습해 답변을 내놓는 챗GPT의 등장으로 알렉사를 비롯한 기존 음성 AI 서비스의 매력 요소가 사라진 탓이다.

알렉사 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라는 게 경영진들의 주문”이라며 “알렉사가 더 똑똑해지면 어떤 모습일지 ‘브레인스토밍’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FT에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