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처럼 쌓여 있어”…양평서 개 사체 수백구 발견

입력 2023-03-05 17:07 수정 2023-03-05 18:33
경기도 양평 한 주택에서 개 수백 마리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된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유튜브 캡처

경기도 양평 한 주택에서 개 수백 마리가 굶어 죽은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전날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한 주택에서 개 수백 마리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된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유튜브 캡처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3년전부터 개들을 집으로 데려와 밥을 주지 않고 방치해 굶어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번식업자 등이 A씨에게 마리당 1만원을 주며 ‘상품성’이 떨어지는 개들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도 도살업과 번식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생계를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동물 사체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규모와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해당 주택에서 푸들 등 개 수백 마리 사체가 빨간 고무통과 철망 등 집안 곳곳에 방치돼 있다.

케어는 “사체가 쌓이고 쌓여서 방석처럼 돼 있다. 악취가 진동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양평 한 주택에서 개 수백 마리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된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유튜브 캡처

김영환 케어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개 한 마리당 1만원을 받고 데려왔는데, 먹이를 주면 A씨 입장에선 남는 게 없지 않겠느냐”며 “A씨가 먹이를 주지 않은 채 개들을 그냥 방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들끼리 물어 뜯으면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지옥”이라고 덧붙였다.

케어는 이렇게 죽은 개가 1000마리는 넘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 대표는 “‘개 100마리 정도가 죽어있다’는 제보를 받고 전날 현장에 가보니 개 사체가 400구는 족히 넘었다”면서 “경찰이 출동해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한 곳도 확인했으니 1000구 이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이 다음 중 A씨 자택을 방문해 사체를 정리할 예정이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가 경기도 양평 한 주택에서 구조한 개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 케어 유튜브 캡처

케어는 살아 있던 개 4마리를 구조해 서울의 동물병원 등에서 치료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