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포함’ 가계빚 3000조 육박… 부채비율 OECD 1위

입력 2023-03-06 06:03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연합뉴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보증금을 가계대출에 포함하면 가계부채가 3000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 1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1058조3000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2925조3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전세와 반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전세보증금은 사실상 임대인인 가계의 부채이지만, 현재 가계부채 관련 공식 국제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한경연은 “전세보증금을 제외할 경우 가계부채가 과소평가돼 국제 비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최근 5년간(2017~2022년) 급증했다. 금융기관 대출 등을 합한 전체 가계부채는 2221조5000억원에서 2925조3000억원으로 703조8000억원(31.7%) 늘었다.

이 가운데 전세보증금은 2017년 말 77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58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287조4000억원(37.3%) 증가했다. 다른 대출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한경연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다고 봤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8%다. 통계 확보가 가능한 OECD 31개국 중 4위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6.8%로 스위스(131.6%)를 제치고 1위가 된다. 영국(86.9%)이나 미국(76.9%) 일본(67.8%) 프랑스(66.8%) 독일(56.8%)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더 높아진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5%로 OECD 34개국 중 6위다.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이 비율은 303.7%로 오르고, 순위는 1위로 뛴다. 주요 선진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0~150% 수준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부동산 경기둔화,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 가중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부채의 절대 규모가 상당하고 높은 변동금리 비중 등 질적 수준도 취약하다”며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