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상사와 사소한 의견충돌 이후 위협 수준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상사는 손님도 있는 사무실에서 A씨에게 “아우 씨. 야 너 눈 좋게 안 떠? 따라 와”라며 윽박질렀다. 둘만 있는 탕비실에선 더 했다. 그는 A씨를 위아래로 훑으며 “야 너 나 싫냐? 난 니가 XX 싫은데.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해”라며 욕설과 폭언을 쏟아부었다.
언어폭력을 이용한 학교폭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직장 내 언어폭력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5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1명은 직장에서 폭행·폭언 유형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로도 폭행·폭언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175건 중 가장 심각한 유형에 속하는 폭행·폭언은 55건으로 31.4%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되레 손해배상 소송 등 ‘보복 갑질’을 당해 2차 피해를 보기도 한다. 실제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장인 2명 중 1명은 도리어 회사로부터 소송 등 보복성 갑질을 당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회사 또는 노동청에 신고한 67건 중 절반이 넘는 36건이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뒤 회사를 신고한 B씨 역시 ‘소송 갑질’을 당했다. B씨가 회사를 상대로 진행한 소송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오자 상사가 곧바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B씨를 고소한 것이다. B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어렵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회사는 여러 징계 사유를 나열하며 B씨를 해고 처분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은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불리한 처우 항목에 보복 소송은 포함돼있지 않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겁박해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고 다른 직원의 신고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형사상 모욕, 명예훼손, 무고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식”이라며 “심지어 신고한 직원의 과거 업무 실수를 끄집어내 업무방해나 재물손괴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정기호 변호사는 “법원이 가해자나 사용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등 소송 갑질을 규제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