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55곳을 잿더미로 만든 현대시장 화재의 원인이 방화로 드러났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5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40대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11시38분쯤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내 그릇가게 등 3곳에 불을 내 운영점포 205곳 중 55곳을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당시 인근 소방서 5∼6곳의 소방관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화재 신고 접수로부터 2시간45분 만에 완전히 불을 껐다.
A씨는 이후 현대시장 밖으로 나와 길을 걸어가며 교회 앞 쓰레기 더미와 인근에 주차된 소형 화물차 짐칸에도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5곳에 불을 내는 데 10분가량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대시장 중심에 자리한 동구상가의 피해가 없는 점과 서로 떨어진 3개 상가·시장의 점포가 불에 탄 점 등을 토대로 방화를 추정, 주변 CCTV를 분석한 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술에 취해 자택에 있던 A씨를 붙잡았다.
1960년대 형성된 현대시장은 동구·궁현·송육·중앙·원예상가와 동부·알뜰시장 등 상가·시장 7곳이 합쳐진 구조다. 불에 탄 점포들은 알뜰시장 39곳, 동부시장 15곳, 원예상가 1곳 등이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화재 발생 전후로 A씨 혼자만 현대시장을 드나든 모습이 찍혔다. 또 A씨가 지나가고 2분여가 지난 뒤 점포에 불길이 치솟는 CCTV도 확보됐다. 경찰은 CCTV 영상 속 A씨가 인화물질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많이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시장에 간 기억도 없고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