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현대시장 방화범, 5곳에 불 질러…“기억 안 난다”

입력 2023-03-05 14:34 수정 2023-03-05 15:41
방화 후 도주하는 40대 A씨. 허종식 의원실 제공

점포 55곳을 잿더미로 만든 현대시장 화재의 원인이 방화로 드러났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5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40대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11시38분쯤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내 그릇가게 등 3곳에 불을 내 운영점포 205곳 중 55곳을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당시 인근 소방서 5∼6곳의 소방관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화재 신고 접수로부터 2시간45분 만에 완전히 불을 껐다.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팀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감식 요원 등이 5일 전날 화재로 점포 55곳이 불에 탄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현장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동구 제공

A씨는 이후 현대시장 밖으로 나와 길을 걸어가며 교회 앞 쓰레기 더미와 인근에 주차된 소형 화물차 짐칸에도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5곳에 불을 내는 데 10분가량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대시장 중심에 자리한 동구상가의 피해가 없는 점과 서로 떨어진 3개 상가·시장의 점포가 불에 탄 점 등을 토대로 방화를 추정, 주변 CCTV를 분석한 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술에 취해 자택에 있던 A씨를 붙잡았다.

1960년대 형성된 현대시장은 동구·궁현·송육·중앙·원예상가와 동부·알뜰시장 등 상가·시장 7곳이 합쳐진 구조다. 불에 탄 점포들은 알뜰시장 39곳, 동부시장 15곳, 원예상가 1곳 등이다.

40대 A씨가 불을 지른 주차된 소형 화물차 짐칸. 허종식 의원실 제공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화재 발생 전후로 A씨 혼자만 현대시장을 드나든 모습이 찍혔다. 또 A씨가 지나가고 2분여가 지난 뒤 점포에 불길이 치솟는 CCTV도 확보됐다. 경찰은 CCTV 영상 속 A씨가 인화물질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많이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시장에 간 기억도 없고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