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답정너 용역’ 빈발…무용론 제기

입력 2023-03-05 12:18 수정 2023-03-05 18:03

# 광주시는 오는13일 제2순환도로 지산IC 위험도 평가용역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지산IC가 77억 여원의 예산 낭비를 감수하고 폐쇄될지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지 오래다. 광주시장 등 집행부가 벌써 폐쇄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빠진 용역 결과 만 형식적으로 발표되는 셈이다.

# 광주시는 지난해 7월 산하 공공기관 혁신 등을 전담하는 전략추진단을 신설한 이후 산하 기관 조직·기능 효율화 진단용역을 발주했다. 추진단은 4월 납품될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론화를 거쳐 구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는 지난달 23일 공공기관 8곳을 통합한다는 구조혁신안을 미리 발표했다.

광주시가 각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발주한 용역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용역결과와 아무 상관 없이 결론을 이미 내려 무의미한 용역이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5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제2순환도로 지산IC 교통사고 예측·위험도 평가용역 업체로 선정한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이 지산IC 폐쇄 여부에 정책적 조언을 하기 위한 최종 용역보고회를 13일 열기로 했다. 용역비는 9700만원의 시 예산이 책정·집행됐다.

산학협력단은 제2순환도로 이용 운전자들의 주행 형태와 교통흐름 등을 현장 조사하고 가상주행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통사고 위험도를 파악해왔다. 다양한 운전 경력자 50명을 연령대별로 모집해 실제 모의주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은 그동안 “용역할 이유가 없는 명확한 사안”이라며 일찌감치 폐쇄 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도로구조나 안전시설물과 관계없이 운전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보상·공사비 77억 여원이 투입된 길이 0.67㎞ 폭 6.5m의 지산IC는 설계변경을 통해 일반적 형태와 달리 좌측으로 개설된 진출로의 사고위험이 매우 크다는 안전성 검증 논란이 불거지면서 개통이 보류돼왔다.

시 전략추진단이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효율적 통폐합을 위해 지난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맡긴 ‘공공기관 조직진단·기능 효율화 용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는 4월 용역결과 납품 이전에 앞서 공공기관 4곳을 줄이고 3곳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조혁신안이 지난달 23일 서둘러 발표돼 용역비 1억8000만원만 허공중에 날린 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속칭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용역’으로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과거 모 단체장이 용역을 남발하던 때는 용역할지 말지부터 먼저 용역을 발주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며 “요즘은 아무런 필요도 없는 용역을 왜 하는 거냐”고 용역 무용론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는 단순한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공공기관 구조혁신안 등은 용역 내용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