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플러스 기아 ‘쇼메이커’ 허수의 기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19일 리브 샌드박스전에서 팀과 함께 휩쓸린 뒤로 가파르게 반등 중이다. 그 경기 이후 팀은 KT 롤스터, 광동 프릭스, DRX, 한화생명e스포츠를 연달아 잡아내며 상승세를 탔고, 허수 역시도 매 경기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브 샌박전 충격패는 디플 기아 선수들에게 일종의 각성제가 됐다. 허수 역시 그 경기를 통해 스스로의 플레이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변화를 줬다. 그가 참패로부터 배운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간결하게 생각할 것. 둘째, 이기적인 밴픽을 요구할 것.
4일 한화생명전을 이긴 뒤 국민일보와 만난 허수는 “리브 샌박전 이후로는 뇌를 비우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제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하려고 한다. 리브 샌박전에서 패배한 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면서 “운이 좋아서 그런지 게임이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너무 많은 생각과 계산을 하면서 게임을 했다. 디플 기아의 핵심 선수로 꼽히는 그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라인전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 개입해왔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자신의 플레이 완성도가 떨어졌다. 최근에는 오롯이 본인의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밴픽 단계에서도 전보다 목소리를 키웠다. 허수는 “보통 선수마다 자신 있어하는 구도가 있다. 그동안은 내가 그런 구도를 하고 싶다고 팀에 요구하질 못했던 것 같다”면서 “밴픽을 팀원에게 맞춰준 것도 있지만, 내 기량도 저하됐던 것 같다. 앞으로는 최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게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날카로운 감각을 되찾고 있다. 허수는 한화생명전에서 애니와 리산드라를 플레이해 라인전부터 ‘제카’ 김건우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한타 상황에서도 상대 주력 딜러를 궁극기로 여러 번 잡아냈다. 2세트 때 미드·정글 싸움에서 이긴 공로를 인정받아 POG로 선정됐다.
미드라이너의 기량이 제 궤도에 올라온 디플 기아는 정규 리그 2위 완주를 목표로 삼았다. 허수는 “이제 플레이오프 방식이 바뀌어서 1·2위가 전보다 메리트 있다”면서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치고 싶다. 잔여 경기에서 T1과 젠지를 이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