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깨는 개딸들… 이재명 “내부 공격 중단해달라”

입력 2023-03-04 11:32 수정 2023-03-04 13:5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비비는 이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색출하려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의 ‘수박 깨기’를 멈춰 달라는 호소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4일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명단 제작, 문자 폭탄, 제명 요청, 누가 이득 볼까”라고 반문하며 “저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이후 우리 당 몇몇 의원님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 폭탄 등으로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명 요청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 매우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것이 많다. 5명 중 4명이 그랬다고 해도 5명을 비난하면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 누명을 당하는 심정, 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 않겠는가”라며 “우리 안의 갈등이 격해질수록 민생을 방치하고 야당 말살에 몰두하는 정권을 견제할 동력은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때 가장 미소 짓고 있을 이들이 누구인지 상상해 달라. 이간질에 유효한, 전혀 사실과 다른 명단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 작성 유포자가 우리 지지자가 아닐 가능성도 커 보인다”며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것은 상대 진영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했다.

‘개딸’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당내 의원들을 색출하는, 이른바 ‘수박 색출’에 나섰다. ‘수박’은 표면이 녹색이지만 속은 빨간 이 과일의 이름처럼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으로 ‘개딸’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근들이 ‘수박’으로 지목됐다.

‘개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실제로 수박을 깨는 ‘수박 깨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행사 사회자는 “민주당 의원이 어떻게 대표를 배신하고, 당원을 배신하고, 말도 안 되는 가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이건 반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내홍이 커지자 이 대표는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배제의 정치는 결코 통합의 정치를 이길 수 없다고 믿는다.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로, 억압이 아닌 긍정의 힘으로 더 많은 지지를 획득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잘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검사 독재정권이 벌이는 무도한 수사의 진실은 무엇인지 더 많이 알려 달라”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