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이 프로포폴 투약 당시 처방을 해준 병원에서조차 잦은 투약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아인이 다니던 서울의 한 병원장이 유 씨에게 “너무 많이 수면 마취를 하면 안 된다” “병원을 옮겨 다니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듯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했다.
유아인은 2021년 서울 시내 병원들에서 총 73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4497㎖를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아인이 여러 병원에 다니며 간단한 시술을 받으면서도 통증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수면 마취를 요구해 프로포폴을 맞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아인 측 관계자는 “유아인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데 ‘바늘 공포증’이 있어서 프로포폴을 맞고 수면 마취 상태에서 치료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케타민 역시 수면 마취, 의료용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MBC에 해명했다. 다만 코카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유아인의 모발 검사 결과 4가지 종류의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 프로포폴과 대마, 케타민, 그리고 코카인 성분이 확인됐다. 특히 코카인은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해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불린다. 케타민은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전신 마취제다.
유아인 측의 해명을 놓고 ‘바늘 공포증’에 대한 관심이 쇄도했다. ‘주사 공포증’으로도 불리는 바늘 공포증은 바늘이나 가위, 연필, 칼 등 날카롭거나 뾰족한 물질을 보고 비정상적인 감정적 동요나 공포를 느끼는 것을 뜻한다. 심각할 경우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실신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바늘 공포증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한 50대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지는 일도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채널A 뉴스에서 “레이저 시술 등을 할 때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는 있다. 통각에 예민하다면 마취를 한 후 시술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여러 병원에 다니며 다른 병명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라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흔히 말해서 프로포폴은 의약으로 썼고 케타민도 ‘내가 진통이 너무 심해서 진통제로 썼다’고 할 수 있고 대마는 ‘옆에 있는 사람이 대마 흡입하는데 내가 있었기 때문에’라고 핑계를 댈 수 있다”며 “그런데 코카인은 사실 마약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1년에 우리나라에서 코카인 흡입해서 적발되는 사람이 10명 미만이다. 내가 알기로 2021년에 7명이었다. 그만큼 한국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남미 쪽에서 주로 생산되고 호주 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코카인을 흡입했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핑계를 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아인의 시술을 담당한 의사 등 병원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병원 진료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의료진을 상대로 프로포폴 처방의 필요성 여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투약 권고 기준을 어긴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유아인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마약류 구입 경로와 투약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