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사 실버게이트 캐피털의 유동성 위기가 암호화폐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실버게이트는 법정통화와 함께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은행의 지주사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실버게이트의 주가는 이달 들어 3거래일 만에 반토막이 났다. 연일 추락하는 실버게이트 주가를 따라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치는 30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1. 실버게이트 캐피털 [SI]
실버게이트는 4일(한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5.77달러에 마감됐다. 0.87%(0.05달러) 올랐지만, 지난 3일 13.53달러에서 5.72달러로 급전직하하면서 기록한 일간 낙폭 57%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간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증시에서 실적 발표나 사업보고서 제출을 미루면 경영 악화를 예고하는 악재로 인식될 수 있다. 이날까지 낙폭은 3월 1일 시초가(14.27달러) 대비 59.6%, 52주 신고가(162.65달러) 대비 96.5%나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기반의 소규모 지역 은행이던 실버게이트는 2013년부터 암호화폐를 취급한 뒤 급성장했다. 암호화폐를 활용해 예금, 환전, 대출 같은 금융 상품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달러·유로 같은 법정화폐를 실시간으로 암호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실버게이트 익스체인지 네트워크(SEN)’도 개발했다.
실버게이트는 2019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사상 최초로 2021년 4월 나스닥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코인베이스 글로벌과 비교해도 실버게이트의 기업공개(IPO)는 빨랐다. 그만큼 실버게이트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하지만 실버게이트는 과도한 사업 확장, 지난해 암호화폐 ‘거품 붕괴’와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특히 SEN을 통한 암호화폐 담보 대출이 실버게이트의 잠재적인 위험으로 돌아왔다. 실버게이트에서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자금 회수가 속출하는, 이른바 ‘코인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코인베이스 글로벌과 갤럭시 디지털을 포함한 다수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실버게이트를 통한 결제를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버게이트는 위험 관리 능력에 대한 의회와 정부의 논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버게이트의 유동성 위기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번졌다. 비트코인의 올해 초반 상승세도 가로막혔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4.73%, 1주 전 대비 3.58% 하락한 2만2362달러(약 2910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빗썸 거래가는 2967만3000원이다.
2. C3 AI [AI]
미국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C3 AI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3.65%(7.17달러) 급등한 28.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 애프터마켓에서 회계연도 기준 2023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고 끌어올린 주가를 이날 본장에서 추가로 높였다.
C3 AI의 분기 매출은 667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취합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의 매출 전망치인 6420만 달러를 상회했다. 또 주당순손실로 기록된 0.06달러는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0.22달러보다 적었다.
C3 AI는 정부와 기업에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대화형 AI ‘챗GPT’ 열풍으로 주가를 높이던 중 호실적까지 확인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C3 AI 최고경영자(CEO) 토머스 시벨은 “지난해 중반과 다른 극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기대했다.
3. 코스트코 홀세일 [COST]
미국 회원제 창고형 도매점 코스트코 홀세일은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2.15%(10.43달러) 하락한 475.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고물가·고유가와 소비 위축에 따른 ‘리테일 쇼크’에도 탄탄한 실적을 발표했던 코스트코가 이번에는 미흡한 실적을 발표했다.
코스트코는 하루 전 애프터마켓에서 회계연도 기준 2023년 2분기 ‘어닝 미스’를 발표했다. 코스트코의 분기 매출은 552억7000만 달러로 레피니티브 전망치인 555억4000만 달러를 하회했다. 다만 주당순이익(EPS)은 3.3달러로 전망치인 3.21달러를 웃돌았다.
코스트코는 가전제품, 보석류, 의류 품목에서 매출 하락을 겪었다. 비식품 부문 온라인 판매는 15% 넘게 감소했다. 다만 신선식품과 생필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매출 하락과 비교한 이익 방어에는 성공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증시를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