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당일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었던 세종시 한솔동 주민 부부가 이웃 주민들을 향한 적대적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롱성 글을 올리는가 하면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다.
4일 온라인에 따르면 일장기를 내건 세대원으로 추정되는 A씨는 세종시의 한 지역 커뮤니티에 지난 2일 밤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히노마루(일장기의 일본식 표현)를 게양한 집의 처”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온갖 욕설과 불법행위 아주 가관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 주민과의 갈등 상황에 대해 “아주 좌빨들 아작 내는 날인가 보다. (당신이) 운동권이라 내 남편 놔두고 여자(인 나)와 싸우더라”며 “이래서 민주당이 싫다. 네가 글을 올려서 덕분에 잘 고소했다”고 적었다. 이어 “불행한 너희들이 한국이라 벌금형이겠지만 합의는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욕설한 게 애국이라는 수준 보니 참 기가 막힌다”며 “약식기소 통보서 나오면 남편한테 잘 숨기라”고 조롱하는 듯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A씨의 글을 접한 다른 네티즌들은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 댓글을) 당사자가 쓴 게 맞다면 추방시켜야 한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장기 게양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역 사회에서는 해당 부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세종시 커뮤니티에는 “쪽바리, 한국 싫으면 일본 가라” “선열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인데 무슨 짓이냐”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 2일 일장기를 게양한 집 앞에서 ‘일장기를 다는 매국노’ ‘일본으로 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아파트 입구 1층 계단에는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의 이름으로 플래카드도 걸렸다. ‘대한민국 독립역사의 첫 기념일 3·1절에 일장기를 내건 쪽바리 놈은 한국이 싫으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가라! 너에게는 마지막 경고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일장기에 대항해 태극기를 게양하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태극기를 한 달 내내 걸겠다’ ‘태극기 걸었어요. 한솔동이에요’ ‘아름동인데 태극기 걸었다’ 등이 글과 인증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한편 일장기를 내건 부부는 자신의 집 앞에서 항의한 주민들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세종남부경찰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 초인종을 누른 사람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전날 접수 받고 해당 사건을 수사팀에 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민원인에게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며 “(항의 주민들의) 주거침입 여부 등 진술을 들어봐야 수사 방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1절인 지난 1일 아파트 발코니에 일장기를 내건 해당 세대는 사건 당일 주민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다가 오후에 자진해서 일장기를 내리면서 “나는 일본인인데 한국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측은 “입주민 카드에는 한국인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