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10명 중 3명 “알려도 달라진 건 없었다”

입력 2023-03-04 00:01

학교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주변에 피해를 호소하지만, 피해를 호소한 학생 10명 중 3명은 ‘문제 해결이 안 됐다’고 답하는 등 실제 해결은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경향 또한 강하지만 실제 도움받았다는 정도는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학생 중 피해 사실을 알린 학생은 90.8%에 달했다. 학폭 피해를 당한 대부분의 학생이 피해 사실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폭 유형 중 가장 피해율이 높은 언어폭력의 경우,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한 학생(3만9396명) 가운데 35.3%(1만3889명)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가 해결됐다고 응답한 학생은 41.1%(1만6208명)에 불과했다.

다른 학폭 유형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금품갈취의 경우 33.0%가 학폭 피해를 알려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성폭력(32.8%), 스토킹(32.6%), 사이버폭력(31.6%), 집단따돌림(29.4%), 신체 폭력(28.9%), 강요(27.2%)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 호소와 문제 해결 사이 간극은 고등학교에서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폭 피해자 중 피해 사실을 알린 학생은 89.9%로 가장 낮았고 중학교는 93.0%, 고등학교는 95.0%로 높아졌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린 셈이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알린 후 도움받은 정도를 5점 만점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평균 3.57점, 중학교는 3.59점으로 나타났지만, 고등학교는 3.35점에 불과해 차이를 보였다.

학생들은 주로 자신의 보호자나 친척(38.1%), 학교 선생님(28.1%), 친구나 선후배(15.4%)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학교 상담실 선생님에게 알린 학생은 전체 학생의 4%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폭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