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차단 강화…北 “‘잡탕말’ 유포시 최고 사형”

입력 2023-03-03 13:33 수정 2023-03-03 13:35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회의를 1월 17일부터 18일까지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한 당시 회의 개최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남한말을 ‘잡탕말’로 일컬으며 이를 쓰거나 가르치면 최고 6년 이상의 징역 혹은 사형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게임을 하면서도 남한말을 쓸 수 없도록 수시 검열 체계도 강화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 데 대하여’라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북한이 지난 1월 채택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처벌조항이 담겼다. 이 문건은 지난달 초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강연을 진행하는 간부급 인원에게 전달됐다고 전해졌다.

법 58조는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표현) 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 말투로 통보문, 전자우편을 주고받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 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만든 자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괴뢰말’은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여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말’로 정의됐다.

또한 법 59조는 ‘괴뢰 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배워주었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 서체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유포한 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남한말을 사용하면 처벌받는다는 내용을 법으로 제정한 것은 외래문물 차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3년 전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으로 다스린다고 한 바 있다.

이 같은 법이 채택된 배경을 놓고 북한 주민들이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IT 기기를 이전보다 많이 사용하면서 남측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상태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법 62조는 ‘망오락(네트워크 게임)같은 것을 하면서 괴뢰 말투로 된 가명을 쓰는 행위가 나타나게 하였을 경우 책임있는 자에게 3개월 이상의 무보수 로동 처벌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RFA는 북한내 인트라넷 기반 게임의 일부 이용자들이 한류의 영향을 받은 아이디(ID)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남한말투를 차단하기 위해 IT기기 검열을 강화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 18조는 ‘국가적으로 지정된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람을 손전화기, 콤퓨터, 봉사기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제했다. 또 7조에서는 ‘각 기관이나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매체들에 대해 수시 검열을 진행하고, 신고 체계도 강화’하도록 규정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17∼18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고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