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처럼 훌륭한 회사에 좋은 지배구조가 없다는 것에 오랫동안 슬퍼했다. 지분을 인수해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3일(한국시간) 공개된 미국 뉴스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SM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방 의장이 SM 인수전을 언급한 건 지난달 10일 이 전 총괄과 함께 공동성명을 낸 뒤 처음이다. 그는 하이브에 대해 “아티스트들의 자율성을 건드리지 않고, 경영 절차·과정에서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도와주는 것으로 잘 알려진 회사”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4228억원을 들여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일자는 오는 6일이다. 이씨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 거래를 완료하면 SM 최대주주가 된다.
하이브는 또 지난 1일까지 SM 소액주주들의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도 진행했다. 다만 3·1절 휴장인 지난 1일을 하루 앞두고 공개매수 마감일인 지난달 28일까지 SM 주식이 12만원 위에서 거래돼 공개매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피인수 기업의 동의 없이 주식 대량 매입 방식으로 추진하는 ‘적대적 M&A’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주주, 혹은 과점주주의 의사에 반해서 회사를 매집할 때 적대적 M&A라고 한다. 우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본인의 동의에 따라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것을 적대적 M&A라고 규정하는 것은 선전용 용어”고 했다.
이어 “매니지먼트 팀이 대주주 없이 분산 점유된 회사를 본인들의 마음대로 운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SM 현재 경영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SM 경영권 분쟁은 ‘현직 경영진 및 플랫폼 기업 카카오’와 ‘이 전 총괄 및 하이브’의 진영 간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방 의장은 “우리가 (K팝) 업계를 다 가져가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다. 예컨대, 음반시장 과점 우려가 있지만 해외로 빠지는 물량을 빼고 나면 실제로 SM과 하이브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물량을 다 합쳐도 독점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SM 인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K팝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들었다. 그는 “수출지표나 스트리밍 성장률을 보면 K팝 장르의 성장률 둔화가 명확히 보인다. 이것이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면 다행이지만, 일시적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K팝이) 장르로서 일시적 성장 둔화가 있고, 이 상태로 놔두면 많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SM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측면이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확실하게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