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GG, 고교 개발자 지원에 나선 이유는

입력 2023-03-02 19:32 수정 2023-03-03 11:35
28일 OP.GG 사옥에 모인 개발자 2명과 롤랩셀 이호준 팀장과 김승정 프로덕트매니저가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잡았다.(왼쪽부터 김승정 OP.GG 롤랩셀 프로덕트매니저, 이호준 롤랩셀 팀장, 황재진 개발자, 박성현 그래픽디자이너)

게임 서비스 플랫폼 오피지지(OP.GG)가 인디 게임 학생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데스크탑 앱에서 인디게임을 별도의 설치 없이 플레이하는 신규 기능을 선보이며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취지다.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출신 개발자 2명과 롤랩셀 이호준 팀장, 김승정 프로덕트 매니저와 지난 28일 OP.GG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피지지 측은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분들의 많은 연락을 바란다”면서 대가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이 게임이다 생각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관련 정보를 서비스하는 오피지지는 인디 게임 발굴을 위해 직접 ‘플레이 엑스포’로 향했다. 그곳에서 지금의 파트너를 만났다고. 이 팀장은 “박람회에서 일일이 모든 게임을 해봤다. 우리가 찾던 게 LoL하는 중간에 쉬엄쉬엄, 하지만 하면서 화나는 게임이 있길 바랐다”라며 “완성된 게임 중에 제일 화나는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렇게 만난 게임은 인디 게임 ‘알포: 웨이 홈(Alpo: Way Home)’이다. 현재 오피지지 데스크탑앱에서 다운로드나 설치 없이 즐길 수 있다. 알포는 중력이 변형되는 박스 안에서 이동하며 함정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다. 아이템을 활용해 중력을 반전시키는 플레이도 묘미다.

오피지지는 인디게임 지원이 사회 공헌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인디 게임을 우리 데스크탑 앱에 탑재해서 많은 이용자가 플레이할 수 있게끔 역할을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오피지지 데스크탑 앱을 찾는 이용자는 약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오피지지는 데스크톱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디게임 개발자와 이용자가 소통할 공간도 마련했다. 버그와 같은 수정 사항이 생기면 이용자가 직접 얘기하도록 해 개발과 업데이트 지원을 돕고 있다.

게임 등록부터 수익 제공까지…. 학생 개발자에게 찾아온 ‘기회’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박성현(20)군과 프로그래머 황제진(20)군은 오피지지에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황군은 “이 게임은 학교 내부 대회용으로 만든 게임인데 플레이 엑스포 참여도 우연히 했다”라며 “학생 입장에서 (오피지지와 함께 하는) 경험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게임을 개발했을 당시 두 개발자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황재진 개발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게임 관련 서류를 신청하는 것이나, 게임을 업로드하는 것도 다 비용이 드는 일이다”라며 “학생 기업에 10만원도 큰돈이다. 이런 지원이 정말 좋았다”라고 당시의 고충을 떠올렸다. 박성현 디자이너는 “오피지지와 함께 하며 이용자의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고, 궁금했던 것을 오피지지에 물어보는 점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아쉬웠던 점을 묻자 그들은 곤란하단 표정을 보이며 “아쉽다는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황재진 개발자는 “학생 입장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박성현 디자이너는 “시간이 부족해 분량이 부족했던 우리만의 아쉬움은 있다”라고 말했다.

인디 게임 플랫폼 저변 확대 나선 오피지지

오피지지는 게임 이용을 자유롭게 열어둔 동시에, 체험 후 스팀으로 게임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설정해뒀다.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팀장은 “(오피지지를 이용하던) 많은 이용자가 인디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것을 통해 실제로 개발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답변했다. 김 매니저는 “인디 게임 시장에 공헌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다”라며 “학생들이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실제 유료 판매까지 이어지는 경험으로 성장할 기회가 된 게 의미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오피지지는 아직 구체적 로드맵을 그리진 않았지만, 해당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아직 정확한 기준을 정하진 않았으나, 학생만 지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소수 규모의 인디게임 개발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기존에는 인디 게임을 플레이할 플랫폼이 많지 않았다면, 이제는 이용자가 게임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들어와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디 게임의 새로운 ‘창구’가 되고 싶단 구상이다.

오피지지는 “인디 게임 개발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 없던 모델을 탄생시킨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의심이나 선입견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 매니저는 “게임 박람회에 가서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 ‘왜요?’라는 질문이 많았다. 우리가 바라는 게 전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 팀장은 “많은 연락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