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여생은 ‘골프 전도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
한국 여자 골프의 ‘큰언니’인 강춘자(67)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대표가 오는 4월15일 다사다난했던 30년간의 협회 행정 임무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간다.
강대표는 2일 서울 종로구에서 가진 KLPGA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KLPGT 대표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회한보다는 보람이 큰 여정을 했다고 자평한다. 스폰서, 미디어, 그리고 골프장과 선수 등 여자골프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197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여자 프로골프 테스트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 등과 함께 응시해 합격해 ‘회원번호 1번’을 획득했다.
한일 양국 투어서 통산 10승을 거둔 강 대표가 협회 행정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전무이사로 부임하면서다. 1999년에 부회장에 선임됐으나 그 때까지는 무보수 비상근이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협회 행정에 팔을 걷어 부치기 시작한 건 2011년에 상근 수석부회장직을 맡으면서 부터다. 4년 임기의 수석부회장을 연임한 그는 2020년부터 투어를 관장하는 자회사 KLPGT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좋은 환경에 놀랬다. 그러면서 같이 건너간 동료들과 ‘우리나라 투어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꿨었다”고 KPGA 더부살이로 출발했던 초창기 한국여자골프의 암울했던 시절을 뒤돌아 보았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 우리 KLPGA투어는 당당히 세계 3대 골프투어로 자리매김했다”면서 “감히 40년전 일본에서 꾸었던 꿈을 이루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지난 11년간 KLPGA투어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역할을 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강대표가 KLPGT 대표에 취임하기 전인 2019년 KLPGA투어는 30개 대회 총상금 253억원, 평균 상금 8억 4000만원이었다. 그랬던 투어가 올해는 32개 대회에 총상금 312억원, 평균상금 9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규모면에서 두 말할 나위없이 역대급이다.
강 대표는 “후배들이 더 신나게 대회를 즐기고 여자골프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일념으로 스폰서를 찾아 다녔다”면서 “하나씩 결실을 맺는 것을 볼 때 마다 더 힘이 생겨 열심으로 뛰었던 것 같다”고 지난 3년을 뒤돌아 보았다.
강 대표는 여자골프의 저변 확대를 위해 회원 제도 및 투어 제도 개편, 그리고 투어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점프(3부)투어와 드림(2부)투어, 정규투어 3단계의 승강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그 일환이다.
‘시원 섭섭하느냐’는 질문에 “섭섭함은 없고 시원하다”고 손사래를 친 강 대표는 평생을 골프와 함께 살아온 사람답게 “이제는 골프 전도사로서 삶을 살아가겠다”고 향후 행보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강 대표는 “나보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아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는 밝다”면서 “지금처럼 여자 골프에 대한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