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검토하는 카카오·케이·토스뱅크 3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신용 평점 하위 50%) 대출 공급 의무 완화’ 방안이 금융 취약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가 둔화하고 시중 금리가 급등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기 적절치 않은 데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TF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은행권 과점 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 분당구 카카오뱅크 본사를 찾아 핀테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연 뒤 취재진을 만나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의무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은행 3곳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케이뱅크 목표는 각각 25%, 토스뱅크는 42%였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는 25.4%, 케이뱅크는 25.1%를 각각 달성해 목표치를 간신히 넘겼고 토스뱅크는 40.4%로 1.6% 포인트 미달했다. 카카오·케이뱅크의 경우 각자의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전체 대출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충분히 공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금융당국은 여기고 있다.
특히 지금은 경기 침체기 초입이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기에 부적합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4.1%였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6%를 거쳐 올해 1.6%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5%에서 지난 1월 3.5%까지 치솟았다. 중·저신용자는 경기 하강과 시중 금리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중·저신용자는 제2 금융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기준 인터넷은행 3곳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6.3~7.9%, 저축은행 30곳은 13.4~19.8%다. 중·저신용자가 인터넷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저축은행을 찾는다면 최대 연 13.5%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축소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2016년 인터넷은행 출범의 근간이 된 법의 이름은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다. 특례법은 자본금을 시중은행(1000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250억원만 모아도 인터넷은행을 만들 수 있도록 했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각종 건전성 규제 문턱도 낮춰줬다. 한국 금융권과 재계가 성역처럼 지켜오던 은산 분리도 완화 적용해 인터넷은행은 일반 기업(비금융사)이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했다. 한도를 일반 은행(4%)보다 30% 포인트나 높여준 것이다. 모두 기존 은행권이 외면하는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라는 조건으로 인터넷은행에만 내준 특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부담을 줄여 시중은행과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일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은행권이 금리 상승기 과도한 이자 수익을 내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과점 체제를 깨는 것보다 사회 공헌 의무를 강화하거나 충당금 등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