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피해자 숨진 채 발견… 유서에 “더는 힘들다”

입력 2023-03-02 17:12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 구속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건축왕’ 사건으로 불리는 인천 일대의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의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40분쯤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지인이 최근 A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집에 방문했다가 숨진 그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인천 일대에서 120억대 전세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 사건의 피해자다. 피해대책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기록상 지난달 2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확인됐다. 유서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밝힌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려운 가정환경도 유서에 언급됐다.

대책위는 A씨의 유서에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가 살던 빌라는 현재 임의 경매에 넘어간 상태로 그는 최근까지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범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가족에게 A씨 시신을 인계했다.

한편 ‘건축왕’으로 지목된 B씨는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최근 구속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