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대에서 또’…故 이예람 부대,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의혹

입력 2023-03-02 17:01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 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 전 마지막으로 근무한 부대에서 발생한 또 다른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공군이 피해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2차 가해를 지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의 후속 처리 과정에서 공군이 피해자를 징계위원회 회부한 사실을 공개했다. 15비는 이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부대다.

상담소에 따르면 공군은 지난해 9월 21일 성추행 피해자 A하사를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A하사가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놀이공원에 가, 방역지침 지시를 불이행했다는 것이다.

상담소는 “피해자는 당시 성추행 가해자인 B준위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놀이공원에 따라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같이 놀이공원에 가자’고 한 B준위의 행위는 군사법원에서 보복협박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9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며 무리한 징계라고 반박했다.

상담소는 해당 부대가 이 중사에게도 같은 수법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2021년 3월, 성추행을 당한 뒤 신고를 하려던 이 중사에게 “(방역수칙 위반으로) 너도 다칠 수 있다”고 무마를 시도한 적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상담소는 당시 반장이던 15비 40대 B준위가 20대 초임 여군 부사관인 A하사의 신체 부위를 여러번 만지며 성추행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남군 격리 하사의 격리숙소로 데려가 격리 하사에게 입맞춤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B준위는 군인 등 강제추행과 보복협박 혐의로 지난해 9월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담소는 국방부 역시 피해 여군에 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A하사 사건을 수사하던 군사경찰은 A하사에게도 주거침입과 근무기피 목적 상해 혐의를 적용해 공군검찰단에 송치했다. 상담소는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국방부에 “성폭력 피해 여군인 A하사가 별건으로 수사받는 것은 2차 피해에 해당하므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을 직권 이전해 재수사하도록 지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달 22일 인권위 권고에 대해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회신을 보냈다. 상담소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을 이전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군에서 계속 수사하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군 참모총장에게 지시했다”고 인권위에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는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국방부는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피해자를 몰아세우던 공군에 사건을 맡긴다는 것은 국방부와 공군이 합심해 기어이 피해자를 기소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