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역대 최악의 기금 운용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손실금은 80조원에 달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로 잠정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투자 구분별로 보면 국내주식의 수익률은 -22.75%였고 해외주식은 -12.53%, 국내 채권은 -5.50%, 해외 채권은 -5.04%로 일제히 마이너스였다. 전년도에는 해외주식 29.77%, 국내 주식 5.88%를 비롯해 금융 부문에서 10.86% 수익을 냈는데, 크게 줄어든 수치다. 마이너스 8%대의 수익률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대체투자 수익률은 9.47%을 기록해 유일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을 기록해 9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 해 동안 79조6000억원이 줄어들었다.
수익률이 급감한 데는 미국의 공격적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된 이유가 컸다. 특히 주식 투자 손실이 커지면서 전체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 측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작년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일본(GPIF)의 경우 지난해 -4.8%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캐나다(CPPI) -5.0%을 기록한 반면 노르웨이(GPFG) -14.1%, 네덜란드(ABP) -17.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로, 지난해 손실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주요 해외 연기금 중 국민연금 성과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한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신규자산 발굴을 통해 자산배분체계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