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산업생산이 1년 전보다 0.5% 증가하며 넉 달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반면 소비는 석 달 연속 감소했고, 투자도 2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제조업 재고율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 감소폭이 커지고, 수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7(2020=100)로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산업생산 증가폭은 지난해 6월(0.5%) 이후 7개월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9월(0.1%)이후 10월(-1.2%), 11월(-0.4%)까지 하락세를 보인 뒤 12월에는 보합(0%)을 기록한 뒤 4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1월 산업활동동향부터는 통계 지수 기준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됐다.
광공업 생산이 2.9% 늘어나며 전산업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광공업 가운데 제조업에서 생산이 3.2% 늘었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6월 1.3%를 기록한 뒤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하다 7개월 만에 반등했다. 품목별로 따져보면 통신·방송장비(111.0%), 자동차(9.6%), 1차 금속(6.7%) 생산이 증가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생산이 많이 늘어났고, 중국 쪽 생산이 정상화하면서 모듈 생산·수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5.7%)를 비롯해 기계장비(-6.1%), 전자부품(-2.8%) 생산은 전월보다 줄었다. 특히 반도체는 1년 전에 비해 33.9% 감소했다. 수출 부진에 제조업 재고율(재고를 출하로 나눈 비율)도 상승했다. 1월 재고율은 120.0%로 2.2%포인트 상승해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1월 재고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월(124.3%) 이후 약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재고가 계속 쌓인데 따른 여파다. 반도체를 생산할 기계 수입이 덩달아 감소하면서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1.4%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2달째 감소세다.
생산과 달리 소비는 더 위축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3.9(2020년=100)로 전월보다 2.1% 감소했다. 소비는 지난해 11월 이후 3달 연속 줄어들고 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의복 등 준내구재(-5.0%),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가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김 심의관은 “1월은 특히 수입차, 전치가 등 출고지연으로 자동차 감소 영향과 따뜻한 날씨로 의복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4개월 연속 하락세인데, 이는 2020년 2~5월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하며 7개원 연속 주춤한 모양새다. 김 심의관은 “생산이 늘었지만 최근 부진한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고, 취업자 수도 감소해 경기 동행지수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1월 산업생산 증가가 ‘반짝’ 반등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생산 측면에서 중국 리오프닝, 미·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완화 등이 긍정적이나 반도체 증가에 따른 향후 재고조정 과정,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이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투자는 중국발 입국객 방역규제 완화,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부분 해제, 누적된 가계 저축 등이 긍정적이지만 기업심리 위축, 주요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지속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반도체 경기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며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 등 주력 산업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산업활동동향 통계 지수 기준연도를 기존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했다. 통계청은 통상 5년 주기로 산업활동동향 통계 지수를 개편한다. 통계 조사 품목도 일부 조정했다. 광공업동향통계 대표 품목이 490개로 2015년 기준(485개)보다 5개 늘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의류관리기(스타일러), 가정용 식기세척기 등 25개 품목이 추가됐다. 산업 구조 변화로 생산이 감소한 전자레인지, 휴대전화용 키패드 등 31개 품목은 대표 품목에서 제외됐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