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기소한 가운데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법에 어긋난 일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모든 외교안보 라인이 조사를 받았고 서훈 전 실장은 구속 상태로 기소됐다”며 “대북 문제는 특수한 것으로 검찰 시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송한 두 사람이 18명을 살해하고 온 것을 알고 있는데 이걸 받아야 하나, 북한의 범죄자는 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나”라며 “받을지 말지 이것은 정책적 판단인데 검찰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원통한 건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당하게 나와서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도 당연히 한 말씀 해주셔야 한다”며 “만약에 노무현 전 대통령 같으면 이대로 계셨겠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을 할 때 얼마나 말씀을 하셨는가”라고 했다.
이어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까 국민은 마치 이들이 간첩행위를 해서 기소된 것처럼 알고 있다. 지금 기소가 돼도 누구 하나 입을 뻥긋하지 않는다. 민주당마저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됐다”며 “문 전 대통령도 한 말씀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28일 정 전 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국정원장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들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이 공모해 탈북어민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게 해 관련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탈북어민들이 대한민국 법령과 적법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해 재판받을 권리가 있는데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봤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