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블랙홀’ 테트라포드 추락사고 잇따라

입력 2023-03-01 18:39
해당 사건과는 무관한 사진. 국민일보.

제주 서귀포시 새연교 인근에서 실종된 40대 남성이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잇단 테트라포드 추락사고로 방파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7일 낮 12시1분쯤 새섬 방파제 테트라포드 사이 수 미터 아래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실종신고가 접수된지 21일만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을 통해 A씨가 테트라포드 중간 지점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합동 수색 작업을 이어왔다. A씨가 테트라포드에서 미끄러져 추락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테트라포드 수십개가 펼쳐져 있다.

테트라포드는 방파제의 일종으로 파도와 바람의 피해를 막아주는 4개의 뿔 모양 콘크리트를 말한다. 보통 높이는 1∼5m, 폭은 3∼5m로, 무게가 80t 이상인 것도 있다. 표면은 바닷물의 영향으로 매우 미끄럽다.

이 때문에 관광객이나 낚시객의 테트라포드 추락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테트라포드는 구조적으로 높고 깊기 때문에 잘못 낙상하면 사망에 이른다. 낙상 시 콘크리트 표면에 잡을 만한 장치가 없고, 콘크리트라 충돌 시 충격 또한 크다. 살아남더라도 구조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테트라포드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항만구역 방파제에 출입 통제를 할 수 있는 항만법 일부개정안이 2020년 1월 통과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부터 항만 내 위험구역에 일반인이 출입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돼 왔다.

이처럼 테트라포드에 대한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1일 지난해 전국 테트라포드에서 58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지난 1월에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낚시를 하던 50대 남성이 모슬포항 인근 테트라포드 사이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9일 ‘해양수산 스마트화 추진전략 2.0’을 통해 테트라포드 사고를 줄일 방안을 내놨다. 동작 감지가 가능한 CCTV와 가속도계 등 최신 계측 장비를 방파제나 테트라포드 등 사고 위험이 잦은 위험 구역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집된 정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 원격으로 관제해 비상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