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피눈물 흘려도… K증시, 외국인 ‘공매도 놀이터’

입력 2023-03-01 17:17 수정 2023-03-03 00:11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에 의한 불법행위와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인원을 보면 10명 중 9명 이상이 외국인이지만 대부분 실명이 공개되지 않고 처벌도 미약한 실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수년째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공정한 경기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될 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1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12년간 불법 공매도로 총 127명(곳)이 과태료·주의처분 등 제재를 받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갚아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적발된 127명 가운데 외국인은 119명으로, 비율로 보면 93.7%에 달한다. 지난 5년간 공매도 누적 거래대금 기준 외국인 비중이 70% 남짓인데 불법 공매도 적발 비율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불법 공매도를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위반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오다가 ‘외국인 봐주기’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불법 공매도 실행이 적발된 기관 5곳에 대해 실명을 공개했다.


2021년 3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불법 공매도 실행자에게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대부분 위반자들은 주의, 경고,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과태료마저도 액수가 크지 않다. 지난 2021년 10월, 한 외국인은 삼성전자 우선주 21만3666주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실행했다. 당시 시가로 145억원어치 이상의 불법 거래였지만 처벌은 거래액의 0.3%에 불과한 과태료 4500만원에 그쳤다. 2013년 SK하이닉스 등 130종목 25만7171주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실행한 외국인도 주의 처분만 받았다.

이렇게 처벌이 약한 이유는 적발된 외국인들이 내놓는 “과실에 의한 실수”라는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불법 공매도 고의성이 인정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처벌이 약하긴 마찬가지다. 2016년 10월 GS건설 1만6596주에 대해 고의로 불법 공매도를 실행한 외국인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 225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당국이 외국인의 주장을 무리 없이 수용해주고 처벌도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보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가 ‘외국인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들은 자본시장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공매도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대차거래 상환 기간을 통일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 실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