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 위험 다소 증가

입력 2023-03-01 11:03 수정 2023-03-01 11:21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여부로 주목받은 혈전증(혈소판감소증 없는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과 다발성경화증은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없다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통증성 피부 면역질환인 대상포진은 백신 접종 후 발생 위험도가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임상적 유의성에 대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의 정맥 내에 생긴 혈전(피떡)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 혈관의 특정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피떡이 우심방,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가 혈관을 막으면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다발성으로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코로나19백신안전성연구센터(센터장 박병주)’는 지난 28일 제3차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분석결과를 내놨다.

센터에 따르면 심부정맥혈전증은 기존 분석에서 인과성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재분석에선 엄격한 사례 정의와 두 가지 독립적 연구 방법론을 활용해 국내 코로나백신 접종과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통계적 관련성을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연구결과, 자기대조 위험구간 연구와 임상시험 모사(模寫)에서 백신 접종 후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등의 발생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김계훈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는 해외에서 진행된 다수의 연구결과와 이를 종합한 메타분석(여러 문헌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다발성경화증도 코로나 백신과의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센터는 자기대조 환자군 연구설계를 적용해 백신과 다발경화증 간의 연관성 평가를 수행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9개월(270일)을 관찰기간으로 하고 위험구간을 접종 후 1~30일 또는 1~60일로 설정했을 때의 발생 위험은 대조구간에 비해 각각 0.91배와 0.71배로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다발경화증 발생 환자의 조작적 정의를 다양하게 설정해 민감도 분석을 수행했을 때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다발경화증 발생 위험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성별, 연령, 발생 이전 최근에 접종받은 백신의 종류, 동반질환 점수에 따른 소그룹 분석 결과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발표를 맡은 김유환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와 문헌들의 검토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는 코로나 백신과 다발성경화증의 인과성을 인정하거나 거부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단 이후 피부 대상포진 발병 사례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 바이러스 재활성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됐다.

센터는 코로나 백신과 대상포진 간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대상포진의 국내 약 10년간 발생 추이를 확인하고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의 예상 발생률과 실관측된 발생률을 비교했다.

또 자기대조 환자군 연구설계를 이용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에서 대상포진 발생 시 백신으로 인한 것이라 예상하는 ‘위험구간(접종 후 1~28일)’과 대상포진 발생 시 백신과 관련 없다고 예상하는 ‘대조구간(관찰기간 내 위험구간을 제외한 기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의 인구 10만명 당 조발생률(crude rate)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2020년 1164.1명, 2021년 1211.2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자기대조 환자군 분석결과 접종 후 28일 이내에 대상포진 발생 위험도가 1.1배 유의하게 증가했으나 백신 차수별 분석 시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아, 임상적 유의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손효주 의정부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만 소그룹 분석 시 연령군, 만성질환 동반자에서 유의한 위험도 증가가 관찰돼 일반적 대상포진의 위험요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박병주 센터장은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등 혈전 관련 질환, 다발경화증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 발생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상포진은 다소 발생 위험도가 증가했으나, 임상적 유의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