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3월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해지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KT 전시관은 그야말로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일부 관람객들은 KT 직원들의 표정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KT와의 협력 논의를 진행해도 되는지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구 대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MWC2023에서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Singtel)의 위엔콴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구 대표는 싱텔과 협업 계획을 소개하면서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 기업) 전략을 강화해 KT를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성공시켰다고 강조했다.
고무적인 성과를 발표한 것과 달리 구 대표의 표정은 MWC2023 기간 내내 어두웠다. 기조연설을 마친 후 구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걸으며 거취에 대한 질문에 입을 꾹 닫았다. 그는 “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는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만 말했다. 전날에도 구 대표는 KT 전시관을 찾아 전시설명을 듣는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디지코 KT를 계속 응원해 달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KT 전시관 역시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화기애애하게 자사의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KT 전시관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관람객은 KT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맞이하지 않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새로운 대표 선임 이후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협력 관계마저 백지화될까 걱정하는 일부 KT 협력 기업들도 있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새 대표가 오면 현재의 협력 파트너사들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위기가 될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KT 직원들 사이에선 ‘새 대표가 들어온 이후에나 일하자’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고 한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KT 내부에서 마저 지금 열심히 일하면 뭐하냐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어차피 새 대표 임기가 시작되면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고, 그에 맞춰 일하면 된다는 식이라고 한다”고 1일 전했다.
바르셀로나=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