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26만주에 ‘주의처분’… 솜방망이 처벌에 외면받는 K-증시

입력 2023-02-28 10:56

국내 증시가 저평가받는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겨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에 의한 불법행위와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불법 공매도의 경우 10명 중 9명 이상이 외국인에 의해 실행되지만 기관명도 공개되지 않고 처벌도 미약한 실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수년째 ‘공정한 경기장’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28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12년여간 불법 공매도로 총 127명(곳)이 과태료·주의처분 등 제재를 받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갚아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하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를 실행하는 무차입공매도는 불공정 행위로 인정돼 제재를 받는다.

적발된 127명 가운데 외국인은 119명으로, 비율로 보면 93.7%에 달한다. 지난 5년간 공매도 누적 거래대금 기준 외국인 비중이 70% 남짓인데 불법 공매도 적발 비율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으로 사실상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위반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오다가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12월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불법 공매도 실행이 적발된 기관 5곳에 대해 실명을 공개했다.

2021년 3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불법 공매도 실행자에게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대부분 위반자들은 주의, 경고, 과태료 등 처분에 그친다. 과태료마저도 액수가 크지 않다. 지난 2021년 10월, 한 외국인은 삼성전자 우선주 21만3666주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실행했다. 145억원어치 이상의 불법 거래였지만 처벌은 과태료 4500만원에 그쳤다. 거래액의 0.3%에 불과한 처벌이다.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 등 130종목 25만7171주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실행한 외국인도 처벌은 주의 처분에 그쳤다.

이는 적발된 외국인들이 내놓는 ‘과실 혹은 중과실’이라는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불법 공매도 고의성이 인정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하다. 그마나 고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처벌이 약하긴 마찬가지다. 2016년 10월 GS건설 1만6596주에 고의로 불법 공매도를 실행한 외국인에 대한 처벌은 225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불법 행위를 적발해도 외국인의 주장을 무리 없이 수용해주고 처벌도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보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가 ‘외국인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개인들은 자본시장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공매도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대차거래 상환 기간을 통일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 실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