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스타트업과 LG생활건강이 타투 프린터 기술을 두고 ‘베끼기’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지난달 CES 2023에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동시에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를 공개하고 시연했다. 한국 뷰티업계에서 처음으로 MWC에 참여했기에 기술력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 발길이 전시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잡음에 휩싸였다.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에서 자사 제품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타투 프린터는 블루투스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연결해 화장품 잉크로 피부에 타투를 그린다.
프링커코리아는 2018년 1세대 모델 프링커프로를 출시했다. 이듬해 6월에 LG생활건강과 2년 동안 유효한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었다고 한다. 이후 두 회사 간 소통은 끊겼다. LG생활건강은 2020년 9월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 이와 관련해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이 제품 콘셉트를 베껴 출시했다고 주장한다.
프링커코리아는 지난 22일 LG생활건강에 ‘공정거래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촉 소명요청’이란 제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난 23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 기술보호울타리’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LG생활건강은 전면 부정한다. 임프린투는 파우더(프라이머)와 밤(픽서) 타입으로 작동한다. 반면 프링커코리아의 프라이머는 스프레이 타입 액체 제형으로 작동돼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타투 프린터가 특정 업체만 독점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프링커코리아와 기술 공유도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갈리면서 진실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기업의 아이디어·기술 탈취 논란은 이번 MWC2023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에서도 롯데헬스케어와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영양제 디스펜서를 두고 기술 도용 갈등이 벌어졌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CES2023에서 공개한 영양제 디스펜서의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가 자사 제품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알고케어는 2021년 9월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를 개발하면서 롯데헬스케어와 업무협의를 했었다. 이 과정 중에 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영양제 디스펜스가 해외에서 일반적 개념의 상품이며 신산업 검토 시점부터 아이템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는 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분쟁조정에 들어갔다.
바르셀로나=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