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사건의 불똥이 서울대로 튀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가 고교 재학시절 동급생에게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을 저질러 강제 전학이라는 강도 높은 징벌을 받았음에도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27일 “사실관계부터 파악해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안 처리를 두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씨는 정시모집 전형을 통해 지난 2020년 서울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대 ‘신입학생 정시모집 안내’ 요강을 보면 수능위주전형(일반전형)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제외하고 모두 수능점수 100%로 신입생을 뽑는다. 다만 최종 합격자를 정할 때 학내외 징계는 교과외 영역에서 감점 자료로 활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서울대도 정씨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부 징계 이력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이나 입시 당락에는 큰 영향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당시 입학 전형에서 정 변호사의 아들에게 추가 서류를 요구했는지, 징계 사실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 감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정씨의 학생부에는 학교 폭력으로 인한 징계사실이 기록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학교폭력 징계를 취소하기 위해 정 변호사가 법정대리인으로 제기한 소송은 정씨가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재학 중인 정씨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제재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대 학생 징계 규정은 학업 관련 부정행위, 수업·학사업무 방해, 학교 건물 무단 침입·점거, 언어·신체적 폭력, 성희롱·성폭력·인권침해, 형사상 범죄, 학칙 위반 등을 징계 사유로 두고 있다.
이에 비춰 보면 사실상 입학 전인 고등학교 시절 문제로 징계를 적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에 따라 징계로 갈음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인권센터 규정 제3조는 규정의 적용 대상을 ‘본교 구성원’으로 정의하면서도 “피신고인 또는 피해자만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신고자격도 제16조에 ‘인권침해 등을 당한 사람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서울대 재학생인 정씨에 대한 제3자의 신고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제3자가 신고했을 때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신고가 기각될 수 있다. 신고기한은 ‘6년 이내’로 아직 기한 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대학 당국과는 달리 서울대생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씨 아들의 학교폭력 사실이 처음 공개된 24일부터 이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재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휴학을 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문이라도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다니는 건 다른 학우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학교 명성에 먹칠하는 꼴을 볼 수 없다” “퇴학시키면 안 되는 건가”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학생은 “단과대든 총학생회든 입장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 당당하게 견해를 밝히고 시위든, 항의든 하자”며 학생사회 차원의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아직 별도의 논의가 오가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