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민주당, 기세 오른 국민의힘…‘무효표’ 논란으로 개표 중단도

입력 2023-02-27 18:36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27일 국회 표결에서 예상 밖의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결과에 고무된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으로 평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친명(친이재명)계 강경파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페이스북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그러나 이탈표가 상당해 여러 고민이 드는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표결 관련 공식 논평을 숙고할 정도로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 전까지 친명계는 체포동의 반대표가 ‘170표 이상’ 나올 것으로 확신했었다. 하지만 실제 표결에서 반대표가 140표에도 못 미치면서 사실상 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지자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승리’라고 자평하며 기세가 올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비록 부결됐지만 이재명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이고 사실상 가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방탄이 성공한 듯 보이나 민주당 의원 37명이 이재명에 대한 방탄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피의자 이재명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치적으로 승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리더십에 금이 가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 내내 신경전을 이어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약 15분간 체포동의 이유를 설명할 때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적당히 하라”는 고성이 쏟아졌다.

한 장관은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해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고 비유했고 “(이 대표가 말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호소했다.

한 장관은 “지금까지 설명드린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 혐의는 없다”면서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토착비리 범죄 혐의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별다른 동요 없이 한 장관의 설명을 청취한 이 대표는 표결 전 신상 발언에서 “영장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 소환 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부정이나 도주, 증거인멸 같은 구속 사유도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 사냥”이라고 비판했다.

표결 후 개표 과정에선 ‘무효표’ 논란으로 여야가 맞붙으면서 개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부냐, 무효표냐를 판가름하기 힘든 중간 영역의 표가 두 개 나왔다”고 밝히며 중재에 나섰다.

박민지 구자창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