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골방서 숨진 태국인 부부, ‘한줌의 재’로 고향간다

입력 2023-02-27 16:50
지난 23일 오후 전북 고창에 위치한 주택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50대 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부부가 세 들어 살던 주택 모습. 연합뉴스

난방비를 아끼려고 밀폐된 방안에서 장작불을 피웠다가 질식사한 태국인 부부가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전북 고창경찰서는 지난 23일 고창 흥덕면 단독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 A씨(55)와 부인 B씨(57)가 조만간 화장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태국에 있는 A씨 유족은 형편상 한국에 오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외교 관계자와 협의한 결과 유족이 화장을 원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A씨 부부는 10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전북 고창에 정착했다.

이들은 이후 불법체류자가 돼 논밭일 등을 하면서 일당 12~13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은 돈의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부부가 비록 힘들게 살았으나 성실하고 금슬이 좋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노후한 집에 연간 30만원에 세 들어 살았다.

시신 발견 당시 방안에서 불에 탄 장작과 화로가 있었고, 시신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40% 이상이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강추위를 피하려고 방안에서 불을 피웠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부부가 숨진 날로 추정되는 지난 22일 고창군의 최저기온은 –6.5도였고, 시신으로 발견된 23일 최저 기온은 –2.6도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