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나선 카카오엔터 “하이브, SM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개입”

입력 2023-02-27 16:46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고. 카카오엔터 제공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사이에 둔 공방전에서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며 태세를 전환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와 SM 간 계약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비난했다.

카카오엔터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SM과의 파트너십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재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하이브를 향해 경고했다.

SM 인수와 관련해 카카오엔터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엔터는 ‘필요한 모든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하이브의 주당 12만원 공개매수 시한이 임박한 만큼 가요업계와 증권가는 카카오엔터가 14만∼15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도전할 경우 소액 주주들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하이브’에서 ‘카카오엔터.SM 현 경영진’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

카카오엔터 김성수 각자 대표는 “이번 사업협력 계약은 카카오, 카카오엔터, SM이 함께 이뤄나갈 향후 비전과 방향성을 포괄적으로 담은 것”이라며 “세부 조항은 사업별 협의를 통해 각 사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도출하고 이에 기반해 공정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M은 카카오엔터의 입장 발표에 발맞춰 이날 주주환원정책 확대 개편을 공시했다. SM은 지난달 2022∼2024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SM 3.0’ 전략 실행에 선투자를 실시한 후 주주환원 재원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M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M 3.0’ 전략은 특정 주주가 아닌 모든 팬과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주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자본배치 재무전략으로 목표 자본 구조를 영업이익의 0.5∼1배 수준의 순차입금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M은 그동안 무부채기업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재무전략 수정을 통해 빠르게 주주수익률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SM은 이날 오전 이사회 결의를 통해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증권사를 압박하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한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이 지연되고 있다”며 “하이브 경영진에 SM의 주주환원정책을 방해하는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도 날을 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의 입장 발표 이후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함께 모호한 입장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이 내용이 ‘SM과의 사업적 협력 대신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책임 있는 행동”이라며 “카카오엔터와 SM 간의 계약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엔터의 SM 신주 우선 협상권에 대해선 “카카오엔터는 이를 희석 방지조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당사는 이 조항이 매우 이례적인 특혜라고 보고 있다”며 “상장사에는 수많은 주주들이 있는데 특정 주주에게만 일반 주주 대비 우선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