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김대식 “대화 가능한 AI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몰랐다”

입력 2023-02-27 16:13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과학자인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와 나눈 대화를 묶은 책이 나왔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란 제목의 책으로 사랑, 정의, 행복, 신, 죽음 등을 주제로 김 교수가 질문을 던지고 챗GPT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챗GPT와 어떤 대화까지 가능할까, 챗GPT의 대답은 얼마나 진실일까, 질문 스타일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했다”면서 “챗GPT가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일단 놀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언어처리는 인공지능에서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분야였다. 그는 “GPT1이나 2는 문장이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GPT3가 적용된 챗GPT도 잘 안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챗GPT는 디지털 세상에 있는 모든 글을 사전학습한 후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확률적 분포를 계산해서 언어의 지도를 만들고, 여기에 문장의 자연스러움 등을 위해 인간의 피드백에 기반한 강화학습을 시킨다”며 “그렇게 해서 내놓은 문장이 인간이 만든 문장과 너무 똑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하고 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나오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 정도로 대화가 가능한 모델이 등장할지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또 “K-드라마 스타일의 막장 드라마를 써보라고 주문하면서 주인공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고, 갑자기 암이 생기고, 삼각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줬더니 1분도 안 걸려서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면서 “지금까지는 물질을 대량 생산해왔는데 이제는 지적인 활동 역시 자동화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지 않나, 그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도 올해 안에 등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이미지나 영상 제작은 인공지능이 다 하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챗GPT와의 대화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제가 ‘인간은 진화적 과정을 거쳤지만’ 이렇게만 쓰고 엔터키를 눌렀는데 기계가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와 100% 동일한 문장으로 끝마쳤을 때”라면서 “인간의 학습과 언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어쩌면 우리 인간 역시 미리 학습된 문장들 간의 확률 패턴만을 재조합해 서로에게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챗GPT의 한계로 계산(연산)을 못 한다, 팩트가 자주 틀린다, 거짓말을 너무 그럴싸하게 잘 한다 등을 꼽았다. 챗GPT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될 분야로는 코딩, 영어 학습, 텍스트 요약, 이야기 창작 등을 들었다. 그는 “챗GPT가 제일 잘 하는 게 코딩이다. 주문을 하면 30∼40개 컴퓨터 언어로 코딩을 해준다”며 “다 맞진 않지만 초안으로는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챗GPT의 등장에 대해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왔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그건 아니다. 절대로”라고 말했다. 챗GPT를 네이버 지식사전 정도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챗GPT는 도구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도구다”라며 “거부하기 보다는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는 학습 데이터를 통해 확률적으로 높은 문장을 찾고,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강화학습을 한다. 그리고 질문의 컨텍스트(맥락)를 해석해 답변을 내놓는다”면서 “저도 신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 챗GPT가 처음에는 너무 교과서적이고 얄팍한 답변만 내놓았다. 그런데 질문을 다르게 계속 이어나가면서 많은 걸 얻어낼 수 있었다. 원하는 답은 어딘가에 들어있다. 그걸 찾아내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