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보호하기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 작업이 시작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오는 1일 마라도 길고양이를 포획하기로 하고 27일 반출 인력을 마라도에 보내 사전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파견된 유산본부 팀은 주민들에게 고양이 포획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마라도 동쪽 절벽 부근에서 야간 예찰활동을 벌인다. 기상 상태가 양호하면 2일 별도의 바지선을 통해 포획한 고양이들을 섬 밖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반출한 고양이는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한 뒤 도 세계유산본부가 별도로 마련한 공간에서 보호·관리된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치료 후 같은 시설로 옮겨진다. 다만 주민들이 키우기를 원하는 고양이는 반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70~110마리 내외로 추정되는 마라도 고양이는 매년 이 무렵 마라도를 찾는 철새 뿔쇠오리를 사냥해 종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뿔쇠오리는 전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로, 우리나라에선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번식지는 대부분 일본 연안의 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내 구굴도에서 처음 번식이 확인된 후 독도와 마라도에서 관찰된다. 마라도에선 최근에도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해 먹고 남긴 뼈와 깃털이 발견됐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17일 문화재청과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등과 마라도를 방문해 길고양이 반출을 위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이후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을 결정했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매년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며 “길고양이 반출 결정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