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공직사회와 공공기관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자치구 공무원들은 앞다퉈 ‘번아웃’을 선언하고 공공기관은 통폐합을 전제로 제시된 구조혁신안에 반발할 태세다.
27일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업무 과중으로 인한 만성피로와 불면증 등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게시글이 각 자치구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북구에 ‘형편없는 급여, 열악한 사무환경, 끊임없는 신규사업 발굴’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온 게 시작이다. 이후 서구, 광산구에도 유사한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의 글이 줄을 이었다.
서구 ‘북구만의 문제일까? 과연 서구는’과 광산구 ‘넌 탈북, 난 탈광’이라는 게시글이 대표적이다. 탈북은 ‘탈출 북구’ 탈광은 ‘탈출 광주’라는 의미로 읽힌다.
작성자들은 게시글에서 “끝없는 지시에 공직사회에 대한 반감만 생긴다”거나 “공모사업에 선정될 시책발굴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직원 간 불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낮은 급여 수준과 형편없는 사무환경에 비교해 주어진 업무가 턱없이 많다는 불만이다.
이들 게시글은 이례적으로 수십 개씩의 댓글과 함께 대부분 구성원이 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본부는 “시와 자치구 조합원들의 ‘번아웃’이 심각하다는 위기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여론조사를 거쳐 본부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마다 연초에 1년간의 예산 배정과 정책 방향을 수립하면서 겪는 한시적 현상인데 ‘철밥통’을 가진 공무원들이 소명의식을 저버린 자세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시 산하 공공기관 사정도 여의치 않다. 지난 23일 강기정 광주시장이 통폐합 대상기관으로 거론한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반발할 움직임이다.
광주관광재단과 통합기관으로 지목된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출범 당시 산업자원부 승인에 따라 국비로 설립된 센터와 시가 조례로 만든 관광재단을 통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대하는 분위기다.
센터 직원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매출실적을 올렸다”며 “우여곡절 끝에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달고 탄생한 센터를 통합하려면 범시민적 동의절차부터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고용진흥원과 통합이 예고된 상생일자리재단도 노사민정 대타협과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단 직원들은 “출범 이후 업무에 들어간 지 1년도 되지 않은 마당에 어떤 평가 기준으로 통합을 결정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테크노파크로 흡수되는 광주과학기술진흥원 역시 “전문성을 무시한 일방적 통합은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에 나선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4월 말 구조혁신안 최종 용역 결과에 따라 6~7월에 조례를 정비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지만 고용안정은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