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로 둔갑한 ‘고래 고기’…국제특급우편 밀수 덜미

입력 2023-02-27 11:11 수정 2023-02-27 11:32
수입이 금지된 고래고기를 명태로 둔갑시켜 밀수한 일당이 입건됐다. 부산세관. 제공

수입이 금지된 고래고기를 명태로 둔갑시켜 일본에서 대량 밀수해 유통한 일당이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본부세관은 일본에서 고래고기 4.6t을 불법으로 수입해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관세법 위반)로 유통업자 A씨(58)를 지난 3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세관은 또 A씨와 함께 밀수입에 가담한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세관에 따르면 A씨 등 6명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일본에서 366차례에 걸쳐 고래고기 4600㎏(시가 5억5000만원 어치)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전역 도매상 등에서 고래고기를 산 뒤 국제 특급우편물(EMS) 등을 통해 국내로 옮겼다. 이들은 단속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서울과 파주 등으로 항공택배를 보낸 뒤 다시 부산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물건을 받는 데 동원된 명의자만 11명에 이른다.

A씨 등은 데치거나 냉동 상태에서는 맨눈으로 구별이 힘든 점을 노려 수입이 금지된 고래고기를 어묵용 어류를 반입하는 것처럼 품명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명태인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세관을 통과했다. 특히 구매 대금도 5000달러 이하의 금액을 가상 계좌를 통해 송금하는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를 활용하는 등 자녀 생활비, 학비 송금으로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이 일본에서 밀수한 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등은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상업적 국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포경규제협약 가입에 따라 1978년 12월부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는 자연사한 경우만 식용으로 유통할 수 있는데, 일본은 연구 목적으로 고래를 잡거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에서 수입한 고기를 유통하고 있다.

수입이 금지된 고래고기를 명태로 둔갑시켜 밀수한 일당이 입건됐다. 부산세관. 제공

세관은 이들이 밀수입해 식당·창고에 보관 중이던 224㎏과 밀수입 중이던 122㎏ 등 총 346㎏의 고래고기를 압수했다. 나머지 고래 고기는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에 있는 고래고기 전문 음식점 등에서 유통·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불법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상대국 세관과 정보교류를 강화하고, EMS, 특송 등 소규모 화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타인에게 우편물 등 수취인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