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포트폴리오에 비중 있게 편성된 에너지 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엄과 컴퓨터 제조사 휴렛팩커드(HP)가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전쟁과 탈세계화에서 석유·천연가스의 품귀를 미리 알아봤고, 전성기를 되돌리지 못한 컴퓨터 제조사에 과감하게 베팅한 버핏 회장의 투자 성과를 두 기업의 실적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매유통의 강자 코스트코 홀세일의 분기 실적도 이번 주에 공개된다. 미국 뉴욕증시는 27일(한국시간)부터 5거래일간 기업별 실적을 확인하며 3월 장으로 넘어간다.
1.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OXY]
옥시덴털은 28일 오전 6시15분 뉴욕증권거래소의 본장을 마감한 뒤 애프터마켓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옥시덴털의 주당순이익(EPS)을 1.8~1.83달러로 전망했다.
옥시덴털과 HP는 지난해 버핏 회장의 선택을 받은 기업이다. 버크셔는 지난해 4월 HP, 같은 해 6월 옥시덴털의 최대 주주가 됐다. 버크셔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13F 공시 자료를 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옥시덴털 지분율은 21.4%다.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옥시덴털은 3.5%로 7위에 있다.
애플(41.0%), 뱅크오브아메리카(10.8%), 셰브론(8.3%), 아메리칸익스프레스(8.1%), 코카콜라(7.3%)가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의 75.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옥시덴털의 비중을 결코 작게 보기 어렵다.
버크셔의 지난해 옥시덴털 비중 확대는 고유가 시대의 도래를 간파한 버핏 회장의 안목으로 평가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휴·종전 없이 1년을 넘겼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거리두기’는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정부가 추진해온 또 하나의 주요 산유국 이란과의 핵 협상도 결국 지난해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겨울 추위가 우려만큼 심하지 않았고, 절기상 봄인 3월을 눈앞에 둔 지금 국제유가와 옥시덴털 주가는 모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옥시덴털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0.41%(0.24달러) 하락한 58.98달러에 마감됐다.
2. 휴렛팩커드 [HPQ]
HP는 29일 뉴욕증권거래소 본장을 마친 뒤 오전 6시15분에 회계연도 기준 올해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HP의 EPS 전망치는 0.74달러 안팎으로 제시돼 있다.
버크셔의 SEC 13F 공시 자료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HP 지분율은 12.3%다.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는 1.1%로 11위에 있다. 다만 버크셔는 이후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 주식을 대량으로 팔았다. 이에 따라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HP 비중은 10위로 올라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HP에 대한 버크셔의 투자는 버핏 회장 특유의 ‘가치 투자 전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HP는 유선 정보기술(IT) 팽창기인 2000년 전후 IBM, 컴팩과 함께 세계를 휩쓴 개인 컴퓨터(PC) 제조사였다. 하지만 2010년 전후 무선 IT 시장의 급성장을 쫓아가지 못하고 침체를 겪었다. 지금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주가만 놓고 보면 버핏 회장의 HP 투자는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 HP 주가는 버크셔를 최대 주주로 둔 지난해 4월만 해도 40달러를 뚫고 올라갔지만 이제 30달러를 밑돌고 있다. HP는 지난 25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12%(0.33달러) 떨어진 29.22달러에 마감됐다.
3. 코스트코 홀세일 [COST]
버핏 회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 유통의 강자로 꼽히는 회원제 창고형 도매점 코스트코는 오는 3월 3일 오전 6시15분 나스닥거래소 본장을 마감한 뒤 회계연도 기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코스트코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 캐나다 영국 멕시코에서 전자상거래 매장도 운영한다. 지난해 고물가·고유가와 소비 위축으로 월마트를 포함한 유통 체인의 연이은 ‘리테일 쇼크’가 발생했지만, 코스트코만은 탄탄한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코스트코의 실적을 지탱한 건 회원제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회원 수의 증감은 코스트코 실적에서 관건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트코의 EPS 전망치를 3.21달러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증시를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