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폭’ 문제…대통령실 ‘몰랐나, 경시했나’

입력 2023-02-26 17:59 수정 2023-02-26 18:05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의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하루 만에 취소한 것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사실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짧은 시간에 크게 불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 변호사 임명과 취소를 둘러싸고 인사검증 부실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정 변호사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2018년 11월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던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대통령실이 걸러내지 못한 대목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여부를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에서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검증)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그리고 합법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정보, 그리고 세평 조사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에 공직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학교 폭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대통령은 학교 폭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학교 폭력 문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부처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지금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 낙마 사태가 학교 폭력 문제에 민감한 여론에 불을 붙일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국가수사본부장 검증 관련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 변호사는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에 솔직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에서 새로 도입한 사전질문서에는 ‘본인·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 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 항목에 대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 검증에 ‘빈틈’이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현재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는 크게 2단계로 이뤄진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현행법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1차 검증을 하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1차 검증 결과를 다방면으로 2차 검증하는 구조다.

국가수사본부장이 경찰 고위직인 만큼, 이번에는 경찰 내부에서도 세평 수집 등을 통해 검증에 참여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학교 폭력 사건이 과거 보도된 사안인데도 왜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보도에 실명이 나온 것이 아니라 익명이 나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알기 어렵고,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걸러지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답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