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한 야구 국가대표팀의 방망이가 식을 줄 모른다. 포지션·타순을 가리지 않고 연습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열흘 앞으로 다가온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선봉엔 김혜성(24)이 섰다. 그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맞대결에서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3루타 포함 4안타를 몰아쳤다. 앞선 20일 KIA 타이거즈전(3타수 3안타)에 이어 닷새 만의 3안타 이상 경기였다.
대표팀 소집 이후 김혜성은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아직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주전 2루수 토미 에드먼을 향해 무력시위라도 하듯 타석에 들어서기만 하면 안타를 때려냈다. 4번의 연습경기를 통틀어 14타수 9안타를 기록하며 팀 내 최고 타율인 0.643를 찍었다.
백업 유격수 오지환까지 3할 타율을 유지하면서 이강철 대표팀 감독 얼굴에도 미소가 피었다. 그는 전날 연습경기 종료 직후 “(주전 키스톤인) 김하성·에드먼을 백업으로 보내야 하나”라며 농담을 던졌다.
KT의 신구 거포 듀오도 해결사 본능을 과시하며 소속팀 은사인 이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강백호는 25일 경기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4경기 전체에서 타율 0.316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5할 타율에 1홈런 6타점을 챙겼다.
마지막 WBC 출전이 유력한 SSG 랜더스 최정은 7타수 4안타 1홈런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을 5개나 골라내며 베테랑의 저력을 보였다. 빅리거 최지만의 빈 자리에 뒤늦게 승선한 최지훈까지도 7타수 3안타로 ‘클래스’를 증명했다.
아직 합류 전인 김하성과 에드먼을 제외한 대표팀 타자 13명 중 11명이 3할을 넘겼다. 양의지와 박건우도 산발적으로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주전과 백업 가릴 것 없이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면서 대표팀의 선수 가용 폭은 한층 넓어질 예정이다. 당장 포수 자리에선 주전 안방마님 양의지의 부담을 이지영이 충분히 덜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타격감만 따지면 오히려 11타수 4안타의 이지영이 나아 보일 정도다.
이 기세를 본 대회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홈플레이트뿐 아니라 그라운드 전반에 걸쳐 숨통이 트인다. 상황에 따라 3루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는 오지환은 최정 뒤를 든든하게 받친다. 김혜성도 프로에서 3루와 유격수를 소화했던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1루엔 강백호·박병호가 버티고, 유사시엔 김현수까지도 미트를 낄 수 있다. 외야 백업인 박해민 최지훈이 나란히 4할을 넘기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