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8·솔레어)이 돌아왔다.
고진영은 26일(한국 시간) 태국 촌부리의 시암CC 파타야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70만 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26·하나금융그룹)과 함께 공동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8위 이후 무려 7개월여 만에 맛보는 ‘톱10’ 입상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여름 손목을 다친 뒤 기나긴 부진에 빠졌다. 그러면서 세계랭킹 1위를 내줘 5위까지 내려 앉았다.작년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지난 3개월간 재활과 체력 훈련, 스윙 회복에 공을 들였다. 이 대회는 고진영의 시즌 첫 경기였다.
첫날 4타를 줄여 부상 부담을 털어낸 고진영은 2, 3라운드서 나란히 2타씩 밖에 못줄여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대회 마지막 4라운드서는 독보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보기는 1개도 없고 이글 1개에 버디 6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그야말로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플레이였다.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를 한 차례 밖에 놓치지 않았고 아이언도 그린 미스가 세 차례 뿐이었다. 게다가 평균 퍼트수도 나흘간 가장 적은 28개였다.
경기를 마친 뒤 고진영은 “몇 차례 이글 기회가 있었는데 한 번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어려운 전반에 버디 3~4개를 잡으면 ‘톱10’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집중했다”고 선전 원동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사흘간 퍼팅수가 매일 30개 이상이어서 20대로 낮추는 걸 목표로 뒀다. 샷, 퍼팅, 정신력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베트남 동계 전지훈련과 명상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다음주 타이틀 방어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고진영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대회인만큼 더 좋은 기량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샷과 퍼팅 등 모든 것이 지난해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기분좋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내달 2일 싱가폴 센토사GC 탄종코스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그는 작년 이 대회서 LPGA투어 통산 13승째(메이저대회 2승 포함)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서도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물건너 가면서 LPGA 한국인 무승은 사상 최장인 18경기째로 늘었다. 그러나 고진영이 부활샷을 날리면서 그 사슬은 머지 않은 시기에 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회 우승은 마지막날 고진영과 함께 데일리베스트인 8언더파를 몰아친 ‘투어 4년차’ 릴리아 부(미국)가 차지했다.
부는 최종합계 22언더파 262타를 기록, 태국의 신예 나타크리타 웡타위랍의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김효주(28·롯데)가 2타를 줄여 공동 10위(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쳐 한국 선수는 2명이 ‘톱10’에 입상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