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원료비 인상으로 서울 직장가 상당수 식당에서 소주가격이 6000원까지 올랐고 맥주 가격도 곧 8000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국세청 측은 “물가라든가 정부 기조에 맞춰서 (업계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며 “그런(가격 인상 우려) 기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류업계에서 소주·맥주 등의 출고가격 인상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업계에 가격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업계는 소주의 원재료 격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소주 출고가 인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인 주세를 리터(ℓ)당 30.5원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맥주에 붙는 세금은 885.7원이 될 전망이다. 주류업체들은 대개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을 올리는데 주류 출고가가 인상되면 소비자들의 식당·마트 구매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지난해 주세는 ℓ당 20.8원 올랐는데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하이트 출고가를 7.7%,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출고가를 8.2% 각각 인상한 바 있다.
소주 역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 소주에 붙는 세금은 전년과 동일하지만 원료비 인상이 예정돼 가격 인상설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주류업체 수익 상황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제 원재료와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이 소줏값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 확인하겠단 것이다. 또 주류업체가 시중 은행들처럼 영업 상황이 어렵다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겠단 입장도 전해졌다.
독과점 등 주류업계의 경쟁구조도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민생 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소주 가격이 6000원 시대가 도래해 서민과 직장인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지 않겠느냐’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물가 안정에 업계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소주 등 품목은 우리 국민들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물품”이라며 “물가 안정은 당국의 노력, 정책도 중요하지만 각계 협조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국회에서 가격 인상 자제 요청한다고 말한 이후,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