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나의 신앙]원우현(7)16대 사회과학協 회장 취임…언론학 분야 최초

입력 2023-02-26 10:03 수정 2023-02-27 14:34
원우현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이사들과 함께 했다. 아래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량으로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필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박찬욱 서울대 총장 직무대리(교육부총장), 이진규 고려대 명예교수, 박영렬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

한국사회과학협의회, 늘 새로운 비전

2006년 3월 7일, 제16대 한국사회과학협의회(K0SSREC) 회장에 취임했다. 언론학 분야에선 최초였다.

개인적으로 역량이 미흡한 내겐 분에 넘치는 자리였다.

당시 오로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욕만으로 협의회에 덤벙 뛰어들고 이내 당황하고 만 것이다.

협의회가 기울어진 운영체계로 비상 상황을 맞고 있는 걸 감지하지 못했다.

방대한 사회과학 엘리트 학자들이 4반세기 중출한 업적과 전통을 축적해오고 국내외에 명성이 알려진 협의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제자리에 옮겨 놓아 달라는 이사님들의 요청이 단순해 보였다. 하지만 그 내막은 적절한 묘수 같은 대책을 내라는 것이었기에 막막할 뿐이었다.
2019년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주최 심포지엄 및 정기총회 참석자들.

직전 회장의 사정으로 인수인계도 없이 마이너스 통장과 미정리된 서류만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무실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니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 보충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협의회의 핵심 가치는 논문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라고 판단했다.

아주 구체적으로 전통적으로 명성이 있는 영문저널 KSSJ을 계속 출간하고 등재지에 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지도자에겐 인사가 만사 아닌가.

협의회에 속해 있는 정치와 경제, 사회, 심리, 행정, 경영, 언론학회 등등의 분야에서 특출한 학자를 출판위원회에 모셔오는 일에 전력했다.

Y 교수에게 경제학 분야에서 영어 논문을 해외 저널에 가장 많이 내는 학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서울대 경제과에 J 교수라고 답했다. 그런데 잘못 말을 붙이다가는 물바가지를 쓸 각오로 접근하라는 귀띔을 친절하게(?) 해주었다.

우연히 협의회장이 됐지만 내가 가장 부족한 학자라고 상정해 놓고 업적이 많은 학자를 수소문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그것이 지름길임을 믿었다. 교수마다 찾아가 간청을 해 편집위원회 편집위원으로 모셨다.

서울대 경제과 J 교수, 연세대 법대 H 교수, 고려대 K 교수 등이 그분들이다.

직접 찾아가 장황하게 협의회를 소개한 기억이 새롭다.

괴팍하다는 편집위원장은 일단 직책을 맡으니 자신의 명예에 직결된다는 자부심과 의욕으로 영어 논문을 공지하고 독촉하고 꼼꼼하게 선발했다.

훌륭한 ‘한국 사회과학 저널’(Korea Social Science Journal)을 출간했다.

이뿐 아니라 등재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비상사태에 비상대책 위원장으로 투입된 평범한 언론학자인 셈이다.

사회과학협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나 자신을 가장 낮은 자리에 놓고 일을 했다.

어느 사회학자이건 학문적인 전문성과 논문 성과만을 기준으로 모시고 또 모시는 정성을 다했다. 그러니 하늘이 열매를 거두게 하시는 섭리를 터득하는 계기가 됐다.

과제가 더 있었다. 10여 개 학회를 연계하면서 사회과학의 정체성과 난관을 극복하는 첩경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사회과학협의회의 중심적 가치와 위상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우선순위를 정확히 설정해야 했다.

영문저널의 질적 향상을 급한 우선순위로 잡았다.

세계적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

전문상과 능력을 기준으로 회장단과 각 위원회를 구성하고 나니 임기 중 모든 게 순조로웠다.

임기 말년엔 후임 회장으로 중출한 학자를 모시는 사명도 잊지 않고 실천했다.

서울대 총장과 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박사를 회장으로 모시는 데 공을 들였다.

안병영 전임 회장에게 부탁했다. 또 백완기 학술원 회원이신 전임 회장과 함께 협력했다. 정 박사는 제17대 회장에 부임했다.

덕분에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비전’으로 또 한 번의 한국사회과학협의회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 (잠 16:1)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