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식 ‘피눈물’ 시위… “학내 성폭력 조사를”

입력 2023-02-26 09:27 수정 2023-02-26 10:04
지난 24일 열린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심미섭씨가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미섭씨 본인 제공

서울대 졸업식에서 한 학생이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하며 학교를 향해 공개 제안을 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별다른 답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에서 직접 겪은 학내 성폭력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피눈물 분장’까지 하고 졸업식장을 찾았다.

시위에 나선 이는 서울대 철학과 심미섭씨. 지난 2010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해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졸업했다.

심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 역시도 학내 성폭력의 피해자다. 학교라는 장소 자체가 불안하고 무서운 공간이었다”면서 “성폭력에 노출됐지만 결국 얘기하지 못하고 졸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을 위해 연대 메시지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 시위 이후에 ‘나도 겪었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사건 외에도 학내에서는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씨는 지난 24일 열린 서울대 졸업식에 “서울대는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실시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피눈물 분장에 대해서는 “서울대에서의 학사과정, 석사과정 중 보고 듣고, 무엇보다 직접 겪은 학내 성폭행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씨는 “서울대에서 교수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은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라며 “그러나 서울대에서는 사건이 일어나고 공론화되어도 무시하거나, 학생들의 투쟁이 지속된 이후에야 비로소 미온적 대응을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용감하게 피해를 고발한 생존자는 학교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폭로 이후에도 고통받는다”며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권력형 성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이 자신이 듣고 겪은 일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열린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심미섭씨가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청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미섭씨 본인 제공

심씨는 실제 서울대에서 벌어진 학내 성폭력 사건을 일일이 언급했다. 그는 손팻말을 통해 ‘자연대 신교수, 자연대 K교수, 경영대 P교수, 사회학과 H교수, 수의대 H교수, 서어서문학과 A교수, 음대 B교수와 C교수’를 거론하며 “교수 성폭력 멈출 수는 없나”라고 적었다. 심씨가 거론한 사건들은 실제 서울대에서 공론화됐던 사건들이다. 서울대 자체 조사나 법원에서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일부 사건에서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오기도 했다.

심씨는 서울대 차원의 성폭력 전수조사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심씨는 “2021년 교육부에서는 초중고등학교 성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도 했다. 이런 전수조사가 대학교에서만 불가능할 리 없다”며 “서울대에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청한다. 그 과정에서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되고 학교에서는 피해자의 편에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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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