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순천시장, 독일 본 방문…박람회 사후활용 밑그림

입력 2023-02-26 08:53
본 저류지정원을 관리하는 디터 푸츠 환경녹지부서장으로부터 공원의 관리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노관규 순천시장과 일행들. 순천시 제공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이 독일 제2의 행정수도인 본을 방문했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 개최한 뒤 사후활용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노 시장 일행이 찾은 본의 ‘라이나우에 파크’는 1979년 독일연방정원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라인 강변의 범람지를 매입해 160ha 규모로 조성한 저류지 대표 공원이다.

거대한 도심 공원인 본 저류지를 돌아본 노관규 시장은 “박람회를 계기로 설계한 공간이 시민의 공간으로 완전히 정착된 사후활용의 가장 우수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본 저류지 공원은 보트가 운행되고, 양봉장과 놀이터, 장미정원 등 다양한 공간으로 채워져 있어 연간 70개 학교에서 생물학 연구를 목적으로 찾는 대표적인 견학 도시다.
독일 본의 라이나우에 파크(저류지공원) 전경. 순천시 제공

노 시장은 저류지 공원을 관리하는 환경녹지부서장 디터 푸츠를 직접 만나, 저류지가 공원이 된 후 집중호우 등의 기상이변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공원의 관리 주체와 체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디터 푸츠는 “160ha의 부지를 18명의 공무원이 직접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소수 인원으로 관리가 가능한 이유는 화훼식재를 자제하고 수목과 잔디 위주로 공원을 관리하기 때문이다”면서 “특히, 본저류지 건물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라인강 물을 끌어와 자연냉각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건물에서 사용된 물은 저류지공원 호수로 모여 다시 라인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공원은 문화재로 지정돼서 함부로 손댈 수 없다. 많은 개발 압력에도 우리가 이 공원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공원의 넓은 녹지와 15ha 정도 크기의 호수는 본 시에 기온을 내릴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기후위기로 도시 온도가 올라가면서 호수에 녹조가 생기고, 고기가 죽고, 오리가 병든 일이 있어서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본 저류지공원을 관리하는 관계자와 공원을 둘러보는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시 제공

이렇듯 독일의 도시들은 150년 전통의 연방정원박람회 개최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박람회를 도시 인프라 구축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 박람회만을 위해 만들고 부서지는 시설이 아닌 사후에도 고스란히 시민에게 남을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데에 주력해 왔다.

노관규 시장은 26일 “본저류지 공원을 13년 만에 다시 와보니 감회가 새롭다. 오래전 본을 보고 도시를 이렇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정원박람회를 기획했다”면서 “독일의 많은 도시는 정원박람회를 먼저하고 주변에 도시계획을 하지만, 본은 이미 도시가 돼 있는 상태에서 정원박람회가 뒤에 들어오는 경우다. 우리 순천시와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람회 이후 사후활용 방안으로 본저류지 공원을 많이 참고하겠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생태를 공부하는 곳, 반려견과 산책하고 어르신들이 운동하는 곳, 가족들이 피크닉할 수 있는 곳,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이다”면서 “공원을 관리하는 방식은 본 사례처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자원순환 정책을 펼쳐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도시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본 저류지공원을 관리하는 환경녹지부서장과 공원을 둘러보며 집중호우 등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는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시 제공

노 시장 일행은 본에서 독일 한인회 관계자들을 만나 정원박람회 홍보 활동도 펼쳤다. 재독한인총연합회장(정성규)은 “조국에서 귀한 정원박람회가 열린다고 하니까 마음이 뿌듯하다. 10월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들을 모시고 순천 정원박람회를 꼭 방문하겠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본 방문을 끝으로 선진지 견학을 마친 노관규 시장은 슈투트가르트·프라이부르크·만하임·뒤셀도르프 등 혁신적인 시도로 도시 구조를 바꿔낸 선진 사례를 충분히 숙려하고 2023정원박람회 이후 일류 도시로 도약할 순천시만의 고유한 청사진을 그려갈 예정이다.
라인강 언더패스 조성 과정을 보고 있는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시 제공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