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7일 막을 올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으로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 주요 기업들이 불참했던 터라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기업들이 줄줄이 스페인으로 모일 예정이다.
‘내일의 기술을 실현하는 오늘의 속도’를 주제로 한 만큼 현재 모바일 기술 흐름과 미래 방향이 전시장 곳곳에 담길 전망이다. 200여개국 2000개 이상 업체·기관이 5G 가속화, 실재감, 핀테크, 오픈넷(네트워크 개방성), 모든 것의 디지털화 등 5가지 테마로 전시에 참여한다. 관람객만 8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이동통신 업계뿐만 아니라 IT, 테크, 각국 관료들까지 MWC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①국지전에서 글로벌전 …망 사용료 논쟁
망 사용료 부과와 망 중립성 두 가치의 충돌은 MWC 2023 내내 뜨겁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다뤄졌던 망 사용료 논의가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제시되는 것이다.이해관계에 따라 연합 전선도 구축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이동통신사 등 인터넷사업자(ISP)는 빅테크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공정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빅테크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서다.
일찌감치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MWC에서 빅테크가 통신 네트워크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예고했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부터 빅테크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입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칭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발의를 앞두고 EU는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 수렴에는 12주가 걸린다.
MWC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EU 측에 힘을 싣고 있다. GSMA는 개막일에 열리는 첫 번째 키노트에 대해 “협업의 기회는 계속되지만, 기술의 미래는 이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공평한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 공유된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키노트 세션은 ‘열린 미래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브르통 위원이 참석해 망 이용 대가 부여에 대한 EU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맞춰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등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도 구글, 넷플릭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6개 빅테크 기업이 유럽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하며 망 인프라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EU 등의 움직임에 대표적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인 넷플릭스가 반격에 나선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는 오는 28일(현지시간)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6번째 키노트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GSMA는 키노트 세션에 대해 “넷플릭스의 새 공동 CEO는 ‘오징어 게임’과 ‘종이의 집’ 등 작품에 소비자가 더욱 접근하기 쉽게 하기 위해 통신회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속해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논의 방향성이 망 사용료 부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합리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넷플릭스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②존재감 과시하는 한국 기업
돌입도 큰 5G 서비스 구현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 기술이 담긴 전시장은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6G 상용화 시기를 2030년에서 2028년쯤으로 앞당기면서 이를 실현할 기술에 대한 관심도도 전시장 곳곳을 채울 전망이다.한국 기업들도 미래 방향성을 담은 기술로 전시장을 꾸몄다. SK텔레콤은 상용화에 성공한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 로봇·보안·미디어·의료 등의 영역에 적용하는 ‘비전 AI’ 기술, AI 반도체 사피온 등 10종의 기술과 서비스를 전시관에 담았다. 실물 사이즈의 UAM 모형 기체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6G 후보 대역의 주파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투명 안테나 기술과 함께 기지국, 코어, 단말 등 인프라 전반에 AI,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향상한 지능망과 전력 절감 기술이 적용된 인프라 등 다양한 차세대 통신 기술도 내세웠다.
SK텔레콤 전시장은 일반적으로 MWC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핵심 전시관인 제3홀에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에선 유일하게 삼성전자, 도이치텔레콤, 퀄컴, 노키아 등 기업과 같은 공간에 전시관을 꾸몄다”고 말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포기로 내홍을 겪은 KT도 MWC 2023 현장에서는 디지털전환 경쟁력을 핵심으로 기업가치를 강조할 예정이다. DX 플랫폼, DX 영역확장, DX 기술선도 등 총 3개 테마존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초거대 AI ‘믿음’ 소개 영상을 비롯해 개방형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를 선보인다. 또 미디어, 금융 등 여려 산업 영역에서 KT가 어떻게 디지털전환 시장을 이끌고 있는지 소개한다. KT가 미래 먹거리로 찍은 로봇도 공개한다. 배송 로봇과 방역 로봇이 전시관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고객정보 유출 등의 문제 수습에 주력하겠다며 대표단 파견과 전시 부스 운영 없이 실무진만 ICT 트렌드를 살필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뷰티업계에선 처음으로 MWC에 참가한다. 미니 타투 프린터 ‘IMPRINTU(임프린투)’를 선보인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으로 생성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디자인 도안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국내 기업은 대기업 5곳을 포함해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모두 130곳이 참가한다.
③중국 기업들 ‘설욕전’
미국과 기술 패권 대립 중인 중국 기업들은 MWC 2023에 대거 참가한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가하지 못했던 중국 간판 IT 기업들이 ‘설욕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최근 몇 년간 MWC는 중국 기업들이 신제품을 공개하는 최적의 장소로 여기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거 MWC에서 최신 스마트폰과 IT 기기를 공개했었지만 독자 행사인 ‘언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운 셈이다.오포 ‘파인드 N2 플립’, 아너 ‘매직Vs’, 테크노 ‘팬텀 V 폴드’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폴더블폰이 이번 MWC에서 대거 공개될 전망이다. 샤오미도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13’ 시리즈를 선보인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사,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신성장 기회, 성공적인 5G 사업, 5.5G, 친환경 개발,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지능형 세상을 위한 사업 비전을 선보인다. 화웨이는 또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50’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워치 버즈, 워치GT 사이버 등 최신 기기를 공개한다.
바르셀로나=전성필 기자 feel@kmib.co.kr